청와대가 다음 달 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가 자잘한 경제제재 완화 등이 아닌 종전 선언, 평화체제 구축 등 본질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핵 협의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절차를 밟아나가면 이에 맞는 제재를 하나씩 해제하고 마지막에 종전 선언 등을 도출하는 방식이었는데 단번에 결론을 논의하는 ‘원샷’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오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사이 한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14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현지 동포 및 기업인들과 조찬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고 함께 지혜를 모으는 한미정상회담이 중간에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의 북핵 협상이) 제재완화를 하고 점층법으로 대화를 해왔다면 지금은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더 큰 고리를 끊어버림으로써 제재 문제 등이 자동적으로 풀리는 방식으로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가지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게 아니라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같이 (단번에) 끊어버리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해 평화협력지대 구축 등 작은 것보다는 본질적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빠르게 전개돼야 곧바로 이어질 북미회담의 성과와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남북 정상회담 의제는 종전 선언,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 북미수교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베를린 구상, 2007년 남북 정상회담 결과물인 10·4선언, 2005년 6자회담국들이 합의한 9·19공동성명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으며 여기에 이런 의제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베를린에서 5대 대북정책 기조를 설명하며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와 ‘남북 합의 법제화 및 종전 선언과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을 제시했다. 10·4선언 전문에도 ‘남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종전 선언을 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이에 일단 남북이 이를 논의하고 미국·중국 등과의 다자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는 이번주 중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 인선을 마치고 킥오프 회의를 한 뒤 다음주부터 북한과 실무협의를 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