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일자리 명분으로 묻지마식 재정카드 남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청년일자리 대책 또 혈세... 사과 없는 정부]

시간 걸리는 구조적 해법 외면하고 대증요법만 고집

나랏빚 눈덩이처럼 느는데 중장기 재정비전 안보여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대책 보고대회 및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관계부처 장관의 보고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대책 보고대회 및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관계부처 장관의 보고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간부회의를 연 자리에서 “그동안의 저출산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 출산과 양육에 큰 부담이 되는 주거·교육 등의 분야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35만7,700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40만명선이 깨졌기 때문이다.

김 경제부총리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122조원이 들어간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부총리가 언급한 주거·교육 측면에서의 종합적 접근은 수차례 지적돼오던 부분이다. 현재 기재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저출산 대책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나랏돈을 더 쓰겠다는 얘기다.


저출산뿐만이 아니다. 복지부터 일자리까지 천문학적인 예산을 쓰고도 정책 효과가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정부는 틈만 나면 곳간을 열어 재정으로 메우고 보자는 식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별다른 소득 없이 국가채무만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5일 나온 정부의 청년일자리 대책도 마찬가지다. 지난 10년간 스물한 번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치였다. 지난해 고용예산 17조2,000억원에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11조원을 투입한 결과다. 지금까지 정부는 일자리에 매년 수십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내 30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증가한 일자리는 125만개 수준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2년 64.3%였던 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고용률은 66.6%였다.


문재인 정부 역시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지난해 일자리 추경에도 올해 2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10만4,000명으로 8년1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4조원 안팎의 청년일자리 추경을 준비 중이다. 올해 일자리 예산은 19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2.6%나 급증했는데 3개월도 안 돼 수조원을 더 쓰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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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도 마찬가지다.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 복지·보건·고용 예산을 144조원으로 책정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건강보험 확대 등에만 5년간 81조원이 들어간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가 복지·보건·고용에 쓴 세금만도 무려 994조4,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양극화는 심각해지고 있다.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57로 전년보다 0.003 높아졌다.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뜻하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걸리는 구조적 해법 대신 대증요법에 매달린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5년 정부 임기 내에만 문제가 안 생기도록 재정투입을 통한 땜질식 처방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저출산 대책만 해도 그렇다. 이혁우 배재대 교수가 2016년 국회예산정책처에 제출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연구’를 보면 기존의 저출산 대책은 정책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부처별 대책을 망라한 백화점식 정책이며 과거의 문화와 관행 개선과 여성의 역할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정책이 상충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대책에 재정을 대규모 투입하면서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같은 일자리를 줄이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일자리 예산 투입 효과를 스스로 갉아먹는 꼴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청와대의 과도한 개입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과도하게 선심성 정책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가채무다. ‘묻지마식’ 재정남발은 나랏빚 급증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13조8,000억유로였던 유로존 지역의 국가채무는 지난해 28조5,000억유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위기 때 돈을 풀었기 때문인데 채무비율도 200%에서 265%로 급증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682조4,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0.4%를 차지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무원 증원과 아동수당 도입 등으로 오는 2060년 국가채무가 1경5,499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정책 효과에 대한 꼼꼼한 검증과 반성 없이는 국민부담만 늘어난다는 얘기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소득주도 성장론의 부작용이 커졌고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 보조금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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