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환자 H.M.] 기억을 잃고 '실험쥐'가 된 남자

■루크 디트리치 지음, 동녘사이언스 펴냄




헨리 구스타프 몰래슨(1926~2008)은 27세이던 1953년, 중증 간질을 치료하기 위해 뇌엽절제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 수술은 헨리의 간질을 제거하기는커녕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남겨버렸다. 수술을 하며 기억을 담당하는 양쪽 해마가 잘려나간 것이다. 헨리는 새로운 장기기억을 형성하는 능력을 잃었고 아울러 심한 기억상실증을 안게 됐다. 그리고 그는 실험쥐마냥 ‘환자 H.M.’이라는 이름으로 신경과학 역사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인물이 됐다.


저자는 이 수술을 집도했던 윌리엄 비처 스코빌 박사의 외손자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가족사의 비밀을 고백한다. 이 책에 담긴 의학 연구의 윤리적 문제, 지식 추구라는 이름으로 환자에게 한 야만적 행위를 고발한다. 아울러 헨리의 뇌 연구가 신경 의학 발전에 끼친 영향을 되짚는다. 헨리는 좋은 실험대상이지만, 비극적인 피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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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헨리와 만나 대화하며 마치 성직자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고민을 이야기하면 맞장구도 쳐주고 충고도 해주지만 잠시 후 잊어버린다. 은밀한 비밀도 부끄러운 바람도 그 앞에서는 말할 수 있지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자는 “외할아버지는 헨리를 작은 섬에 고립시켰다.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토막난 현재 뿐 과거와 미래는 그림자에 불과했다”고 회고한다. 2만6,800원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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