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결과 파킨슨병과 우울증을 동시에 앓는 고령의 남성이 자살에 가장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도관(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호·이혜원(서울대 보건대학원)·명우재(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국민건강보험 표본 코호트에 등록된 100만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그동안 특정 요인과 자살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은 많았지만, 자살자 빅데이터를 가지고 종합적인 자살 위험요인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연구저널’(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전체 조사 대상자 중 2002∼2006년 사이 건강검진을 받아 질환력 등의 기록이 확인 가능한 사람 30만232명을 추려 최장 12년을 추적 관찰했다. 12년간 자살자는 총 725명(0.24%)이었다. 이 결과 자살자에게서 확인된 45가지 임상적 특징 중 파킨슨병은 자살위험을 4.72배나 높이는 요인이었다.
파킨슨병은 떨림과 경직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는 신경계 퇴행성 질환으로, 60세 이상 노인에게는 알츠하이머(치매) 다음으로 흔하게 발병한다. 연구팀은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조절하는 흑질-선조체 이상으로 발생한 파킨슨병이 자살 충동성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정신의학 질환만큼이나 파킨슨병 환자에 대해서도 신경정신병적 위험요인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성별에 따른 자살률 차이도 컸는데, 남성은 여성보다 자살위험이 3.36배나 높았다. 또 정신질환 중에서는 우울장애(우울증)를 앓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견줘 자살할 위험이 2.38배에 달했다. 나이도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었는데, 나이가 한 살씩 더 들 때마다 자살 위험도는 1.18배 상승했다. 이런 여러가지 위험요인을 종합해보면, 파킨슨병과 우울증을 동시에 앓는 고령의 남성 환자가 자살에 가장 취약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도관 교수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자살의 위험요인들과 달리 이번에 밝혀진 요소들은 장기간 추적관찰에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면서 “자살위험이 큰 사람을 식별하는 게 자살 예방의 우선 사항임을 고려할 때 향후 더욱 집중된 자살감시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살 관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36명, 40분마다 1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13년째 자살률 1위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