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고출력 발광다이오드(LED) 광원과 반도체 레이저를 이용해 빛으로 암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표적 치료할 수 있는 차세대 암치료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활용할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암을 진단·치료할 수 있어 특히 생존율이 매우 낮은 췌장암과 담도암의 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광학의료기기연구팀이 최근 암 진단과 치료를 위한 ‘복강경 기반 형광영상 광역학 치료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치료과정에서 상처를 덜 내 환자의 회복기간을 줄이기 위해 ‘최소침습 수술’과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표적치료’가 확대되는 추세다. 이 때문에 빛을 이용해 정상세포는 손상하지 않고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골라 죽임으로써 후유증이 적은 ‘광역학 치료 기술(PDT)’과 복부를 절개하지 않고 작은 구멍만을 내고도 검사와 수술이 가능한 의료기기인 ‘복강경’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광역학 치료는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광민감제가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축적되는 성질을 이용한다. 인체 내에 주사된 광민감제가 암세포에 축적되면 이후 내시경으로 특정 파장의 칩을 환부에 조사(照射)한다. 이 때 활성산소가 생성돼 정상조직의 손상 없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치료한다. 광민감제는 자외선을 받으면 붉은 빛의 형광을 낸다. 광민감제가 축적된 암종양을 의료진이 쉽게 관찰할 수 있어 기존의 진단 방법으로는 찾기 어려운 암도 조기에 진단·치료할 수 있다.
KERI가 개발한 광역학 진단(PDD) 및 광역학 치료용 형광 복강경 복합광원장치 기술은 △복강경 고출력 LED 광원 기술(진단) △광역학 치료용 반도체 레이저 기술(치료) △소형·경량화 광학 설계 기술이 결합된 복합 의료기술이다. 복강경용 고출력 LED 광원 기술은 광민감제의 인체 투입 및 형광 검출로 보다 명확한 진단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구조가 간단하고 조립·교체·운용이 쉽다. 광역학 치료용 반도체 레이저 기술은 뛰어난 온도 및 전류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출력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한다. 의료현장에 적용될 경우 표적지향적으로 환부 절개를 최소화해 치료할 수 있다. 특히 발병 후 생존률이 극히 낮은 췌장암과 담도암 등 복강경으로 접근할 수 있는 암종에서 정확한 진단과 선택적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 평균 7.5% 성장하고 있는 세계 복강경 시장은 올해 8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며 글로벌 광역학 치료시장은 3조7,000억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KERI는 해당 기술을 광민감제 ‘포토론’을 제조·생산하고 있는 동성제약에 기술이전하고 상용화를 꾀하고 있다. 포토론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췌장암과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광역학 치료 관련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다. 동성제약의 광민감제와 KERI가 이전한 기술을 결합할 경우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식약처 의료기기 인증과 제품화에는 2~3년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배수진 KERI 책임연구원은 “복강경 기반 형광영상 광역학 치료기술은 ‘보면서 치료하는’ 기술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라면서 “기술이전 상용화를 통해 다양한 암 수술 분야로 확대해 국민 삶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