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고용정책 어디서 구멍 났나] "신입-기존 직원 불협화음 뻔한데...신규채용할 이유 없다"

■중기 CEO들이 본 일자리정책

형평성 문제에 새로 직원 안뽑고

경력직 중심 IT사는 혜택 안돌아가

3년후 지원 끊기면 소득공백 생겨

회사에 불만의 화살 쏟아질 우려도

급여 보조보다 근무여건 향상시켜

중기·스타트업에 대한 인식 바꿔야




“3년 전에 채용한 40대 단순노무직의 경우 해마다 급여 인상을 했는데도 2,600만원이 채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채용한 직원이 3,500만원의 소득을 올리면 내부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보온자재 A사 대표)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청년 일자리 대책 등 많은 정책을 내놨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주 나온 청년 일자리 대책만 해도 신입직원은 연 1,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기존 근로자들은 혜택을 볼 수 없어 형평성 문제 때문에 쉽게 고용을 늘리기 힘들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A사 대표는 “중소기업이라 해도 체계가 있는데 직원들 간 불협화음을 감수하면서까지 청년직원을 뽑아야 할까”라며 “더구나 우리처럼 3D 업종은 젊은 직원일수록 근속이 짧기 때문에 청년채용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계 역시 같은 걱정에 빠져 있다. 신입직원에게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제도가 경력직을 중심으로 채용하는 IT 기업에는 전혀 혜택이 돌아가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기술 기반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이번 제도는 경력직 중심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기술 기업들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은 직원 교육에만 몇 년이 걸리는데 기껏 교육을 해도 지원 시한이 마무리되면 대기업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3년 한시적 지원 뒤에 생길 수 있는 소득 공백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정밀기계업체 B사 대표는 “우리가 줄 수 있는 초봉이 2,500만원이라고 쳤을 때 3년간 임금을 크게 올려줘도 절대로 정부 지원금만큼을 채워줄 수 없다”며 “우리가 공들여서 임금인상을 해줘도 3년 후에 소득 공백이 생기면 그 반발은 기업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 대표들은 근본적으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일자리의 질 자체를 높여 대기업을 선호하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병익 한국푸드테크산업협회 협회장(식신 대표)은 “정부가 한걸음 더 나아가 대기업은 돈을 많이 주고 안정적인 직장이고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에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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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구 한국공유경제협회 협회장(코자자 대표) 역시 “단순히 현금을 지원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스타트업이 대기업보다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며 “스타트업을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직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금 지원보다는 공유숙박 활성화와 ICO 금지 등 창업 생태계 조성을 저해하는 정부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중소기업 갑을관계를 고치고 적정 공사비 책정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한 중견건설사 최고경영자(CEO)는 “낙찰가율이 워낙 낮아 거의 이익을 못 남겨도 회사에 현금을 돌리기 위해서는 저가 입찰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규직 인건비를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적정 공사비 책정을 통해 기업의 이익이 늘어야 경영진 입장에서도 직원을 더 뽑을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이익착취 행태 역시 시급히 시정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대기업들이 협력업체들의 영업이익을 사실상 가져가는 부당 하도급 거래를 근절해야 중소기업의 근무여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물적 토대가 생긴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비판도 줄지 않고 있다. 부산 녹산공업단지에 위치한 주물업체 C사의 대표는 “우리 회사가 근로시간 단축 대상이 되면 직원들은 잔업이 가능한 곳으로 옮겨간다고 보면 된다”며 “남은 자리를 채우려면 다른 회사 인력을 빼 와야 하는데 내 직원 빼앗긴 회사는 어디서 대체인력을 구하라는 말이냐”라고 호소했다. 부산의 보도블록 업체 D사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조치로 실질적인 혜택을 본 것은 (내국인보다 적은 급여를 받았던) 외국인 근로자밖에 없다고 보면 된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비용을 감안하면 내국인보다 저렴한 것도 아니고 인건비 문제 해결을 위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혜진·박해욱·양사록기자 hasim@sedaily.com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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