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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향기] 경천사지 십층석탑

국보 제86호 경천사지십층석탑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전되기 전 경복궁에 있을 당시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국보 제86호 경천사지십층석탑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전되기 전 경복궁에 있을 당시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



‘고려사’ 등의 기록에 따르면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부소산에 ‘경천사’라는 절이 있었다. 옛 개성 자리다. 고려 왕실의 기일에 추모제가 열릴 정도로 중요한 사찰이었다. 그러나 왕조가 바뀐 후 20세기 초에 이르러서는 이 국보 제86호 ‘경천사지십층석탑’과 함께 절터만 남았다. 탑에 새겨진 글에 따르면 지난 1348년에 조성됐고 강융 등이 주축이 됐다. 강융은 관노 출신으로 왕의 측근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며 그의 딸은 원나라 승상의 애첩이 돼 권세를 누렸다. 친원(親元) 세력의 영향 때문인지 전통 석탑의 재료인 화강암 대신 대리석으로 제작됐으며 모양도 많이 다르다. 석탑의 기단부부터 3층까지의 평면은 아(亞)자 형태이며 4개의 면이 모두 돌출돼 있는데 이는 원나라 때 유행한 라마교 불탑 등과 유사한 외래적 요소다. 석탑 각 층에 정교한 조각이 특징이다. 기단부에는 사자·용·연꽃과 함께 소설 ‘서유기’의 장면과 나한들이 새겨져 있다. 그 위로 4층까지는 부처의 법회장면이 총 16장면으로 표현돼 있고 5~10층까지는 불좌상이 새겨 있다. 층이 높아질수록 불교적 위계가 높아지며 탑 전체가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던 불국토를 이루고 있다. 개성에 있던 탑은 일제시대에 일본으로 무단 반출됐고 1960년에 되돌려 받아 경복궁에 옮겨 세워졌다. 현재는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복원작업을 거쳐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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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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