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금타 팔아야 하지만...'굴욕 매각' 논란 키우는 中더블스타

더블스타 부실한 재무상황 감안

금타 인수해도 동반부실 가능성

유일해법 '해외매각' 의구심 증폭




금호타이어 노조가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의 ‘고용유지 금시초문’ 발언에 이어 노조의 파업 금지가 인수조건에 포함된 게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더블스타의 부실한 재무 상황을 감안하면 금호타이어를 인수해도 동반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더블스타로 매각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도 하기 전에 이 같은 논란을 키우면서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정말 잘 경영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실제 인수를 하게 되면 미국의 GM 본사가 한국GM에 했듯이 밀실경영을 통해 잇속만 챙기고 결국에는 국내 공장을 잇따라 폐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조건은 사실상 굴욕에 가깝다. 더블스타는 지난해 3월 금호타이어 주식 42.01%를 9,55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다가 결국 철회했으며 현재는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6,463억원을 투자해 지분 45%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액면가로만 따지면 비슷한 지분을 가져가면서 인수가격을 3,000억원가량 낮춘 셈이다. 1조원의 매물을 7,000억원에 넘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이 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지난해 3월 제시됐던 인수가격은 잠정가격이었고 이후 협상을 진행하면서 금액이 계속 내려갔다”며 “막판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요구한 상표권 가격 2,750억원까지 산은이 대납하는 조건이 붙었다”고 해명했다. 매각가 조정에 상표권 대납비용 등을 모두 더하면 결국 당시나 지금이나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헐값매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분규를 선행 조건으로 내건 것도 논란거리다. 노조가 매각 반대를 이유로 1주일 이상 또는 회사에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파업이 있으면 거래가 성사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차이 회장도 “노조가 반대하면 인수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선행조건으로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것은 노동3권을 유린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재계에서도 더블스타가 한국 업체를 인수하면서 한국의 노동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게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시너지를 위한 차원이고 진정성이 있다”고 차이 회장이 밝혔지만 설득이 되기보다 되레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데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더블스타의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영업이익률이 1%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금호타이어 인수 후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지정 정보 공개 웹사이트에 따르면 더블스타의 매출액은 지난 2011년 63억위안(약 1조718억원)에서 2015년 30억위안(5,081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지난해도 3·4분기까지 매출액이 30억위안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률은 1%대에 그친다. 금호타이어의 매출액 역시 같은 기간 매출액이 줄었지만 더블스타만큼 가파른 감소세는 아니다. 게다가 금호타이어는 2011년 매출액 3조9,159억원을, 지난해 3·4분기 누적 매출액 2조1,366억원을 기록해 더블스타에 비해 4배 가까이 외형이 크다. 이 때문에 더블스타에 매각하면 금호타이어의 경쟁력도 급속히 나빠져 동반부실에 빠져들 수 있다.

관련기사



차이 회장과 이 회장이 약속이나 한 듯 “먹튀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게 없어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더블스타가 계획대로 6,463억원을 증자하면 4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산업은행은 채권단 지분율이 기존 42%에서 23.1%로 낮아지지만 2대주주로서 더블스타를 견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GM의 2대주주였던 산업은행은 한국GM의 높은 매출원가비중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고 결국 자본잠식, 군산공장 폐쇄의 결과를 낳았다. 한국GM 사태와 같은 일이 5년 후 금호타이어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 때문에 산은이 ‘급한 불은 끄고 가자’며 경쟁력이 떨어진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고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알짜자산만 남긴 채 폐쇄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산은은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가 되더라도 더블스타에 매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최대 고객인 현대·기아자동차 등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데 대한 책임에서 채권단이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반문이 나온다.


노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