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을 통해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만 여행법 통과에 대해 작심한 듯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폐막 연설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해나갈 것”이라며 “중국 인민은 어떠한 국가분열 행위도 굴복시킬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언급은 앞서 지난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대만 간 상호교류를 촉진하는 ‘미국-대만 여행법’에 최종 서명한 데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고 베이징 외교가는 해석하고 있다.
30여분에 걸친 연설에서 시진핑은 개정헌법에 새로 포함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중화민족의 근본 이익을 위해서는 국가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중국·대만 양안관계 발전을 거론하며 “위대한 조국의 한치 영토도 중국으로부터 절대로 떼어낼 수 없다”고 언급한 대목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미중 무역분쟁 카드로 활용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시 주석이 이날 폐막식에서 대만 이슈를 부각시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데는 국가주석 3연임을 제한한 헌법을 개정해 집권 연장의 토대를 마련한 자신감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자신의 이름이 붙은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수차례 언급하며 사회주의 사상과 공산당이 중국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기 위한 근본이자 국가의 최고 정치기구라고 강조했다. 사회주의 사상의 우월성과 공산당 집권의 합리화를 통해 정점에 있는 자신의 위상과 향후 집권연장의 정당성을 인정받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대만에 대한 엄중한 경고 메시지와 함께 집권 2기를 시작했다”며 미중 간 무역갈등이 향후 정국운영의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커창 총리도 이날 폐막식 후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미 간 무역전쟁에 승자는 없으며 이성을 갖고 무역전쟁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폭탄 관세 부과 압박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대만법 통과 등에 에둘러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폐막식에 앞서 전인대는 초강력 사정기관인 국가감찰위원회 신설을 공식화한 국가감찰법 초안을 통과시켰다. 국가감찰위는 공산당 사정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국무원의 감찰부·국가예방부패국 등을 통합해 당원은 물론 비당원 출신 공직자까지 모두 감시할 수 있는 무소불위 감찰조직으로 새로 출범한다. 다만 초대 국가감찰위 주임을 맡은 양샤오두 기율위 부서기는 공산당 상무위원인 자오러지 기율위 서기보다 서열이 낮아 국가감찰위가 사실상 공산당 기율위의 지휘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5일 폐막한 데 이어 전인대도 이날 막을 내리면서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는 18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