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고를 통해 ‘로또 아파트’에 대한 소식을 접한 직장인 A씨는 오랜 꿈이었던 ‘강남 입성’을 실현 시킬 기회를 잡기 위해 고군 분투 중이다. 가장 규모가 적은 63㎡ 전용면적도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최소 7억원은 들고 있어야 한단 이야기에 온 가족의 돈을 끌어 모았다. 형 3억, 누나 2억, 아버지 1억에 A씨의 돈 2억을 보태면 충분할 것 같은데 문제는 명의 문제다. 처음에는 공동명의를 고려했지만 청약 당첨자 본인 명의로만 계약을 할 수 있다는 모델하우스 직원의 설명을 듣고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일단 청약을 넣고 난 뒤 세무사를 통해 법적 문제없이 계획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작정이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 청약에 도전하는 직장인 B씨는 벌써부터 연체이자율이 얼만지 알아보는 중이다. 연체 이자율이 최소 3.7%에서 최대 12% 정도인 것을 감안했을 때 마지막 2회분의 중도금만 연체하면 어떻게든 자금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당첨만 되면 수 억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돼 ‘로또 아파트’라 불리는 디에이치자이개포(21일), 논현아이파크(21일), 과천 위버필드(22일) 등 3인방의 1순위 청약을 앞두고 수요자들 사이에는 A씨와 B씨의 사례처럼 현금 여력이 안되지만 기회를 노려보겠다는 이들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1순위 청약을 하루 앞둔 20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2금융권 대출이나 미등기 전세 등 자금 마련 방법에 대한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디에이치자이 개포 등 세 개 단지는 일부 평형대를 제외하고서는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통한 집단 대출이 불가하다. 결국 수요자들은 자력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데 오는 26일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새 대출 규제를 도입하는 등 은행에서 돈 빌리기는 더욱 어려워 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용대출은 물론 저축은행 등도 알아보고 있다’, ‘2금융권 금리가 높다고 해도 시세차익을 고려해서 청약을 넣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 등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집주인으로 아직 등기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전세 계약을 하는 미등기 전세로 해결하겠단 사례도 많다. 입주 전에 세입자를 들이기로 한 뒤 받은 전세금으로 잔금 등을 치르겠단 것인데, 신규 아파트에서 종종 쓰이는 수법이다. 이러한 사례가 많이 공유되다 보니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진짜 한 아파트에서만 전세물량이 한꺼번에 몇 백 개 나와서 전세금 뚝 떨어지는 것 아니냐”란 푸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 재산을 다 털어 넣겠단 식의 ‘한탕주의’식 투기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막판에 가서 자금 마련에 실패한다면 최악의 경우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면서 “또 글로벌 위기 등 의외의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갖고 있는 자산 내에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마감한 디에이치자이 개포 특별공급에는 458가구 모집에 부적격자를 제외한 990가구가 신청해 2.16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추첨 결과 444가구의 당첨자가 가려져 소진율은 97%로 나타났다. 다자녀 가구, 신혼부부, 국가유공자, 노부모 부양자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사회계층이 주택을 분양 받을 수 있게 지원해주는 제도인 특별공급 물량이 이렇게 높은 비율로 소진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