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가시연꽃

-최두석作

2115A38시로여는수욜



자신의 몸 씻은 물 정화시켜

다시 마시는 법을 나면서부터 안다


온몸을 한 장의 잎으로 만들어

수면 위로 펼치는 마술을 부린다

숨겨둔 꽃망울로 몸을 뚫어

꽃 피우는 공력과 경지를 보여준다

매일같이 물을 더럽히며 사는 내가

가시로 감싼 그 꽃을 훔쳐본다

뭍에서 사는 짐승의 심장에

늪에서 피는 꽃이 황홀하게 스민다.


옛 속담에 ‘가시 있는 것 치고 독 있는 것 없다’ 했다. 두릅이며 오갈피며 엄나무며 가시 많은 것들은 외려 약을 지니고 있다. 연이 가시를 단 것은 자기를 지키기 위한 것이요, 향을 내뿜는 것은 너를 대접하기 위한 것이다. 제 몸을 씻은 물뿐이랴, 수많은 새똥과 물고기 똥조차 정화하여 구름으로 돌려보낸다. 물 위에 띄워 이슬을 받는 쟁반은 물고기들에게 그늘이 되고, 물꿩 가족들이 거닐 뜬다리가 된다. 제 몸을 제가 꿰뚫어 꽃을 피우는 것은 나를 관통하지 않고는 너에게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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