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투명경영" 이사회 의장서 물러난 조현준 효성 회장

후임에 박태호 사외이사 선임

외부개방 통해 독립성 강화

지난해 구조개선안 후속조치

조현준 효성(004800)그룹 회장이 ㈜효성 이사회 의장직을 외부 인사에게 넘겼다. 지난해 이후 강화하고 있는 경영 투명성 제고 차원으로 풀이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이달 초 열린 ㈜효성 이사회에서 조 회장이 맡고 있던 이사회 의장직에 사외 이사인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명예교수를 선임했다. 박 의장은 지난 2015년부터 효성 사외 이사를 맡아왔으며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국제관계 전문가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지난 이사회에서 새로운 의장이 선임됐으며 오는 23일 주주총회 후 열리는 이사회부터는 박 의장이 이사회를 주재하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은 투명한 지배구조와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확립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해 이사회 의장에 추대됐다”고 설명했다.

2215A13 효성



대기업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지만 최근 들어 늘어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일부 계열사가 올해부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했으며 SK이노베이션도 김준 총괄사장 대표이사를 대신해 김창근 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경우 사내 인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외부 인사에게 의장직을 맡긴 효성그룹과는 의미가 다르다. 대기업 중 기업 외부 인사가 의장직을 맡은 경우는 이달 초 김주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한 포스코 정도에 불과하다.


효성그룹 측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해 투명경영 강화를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진행중인 경영 투명성 강화 후속 방안이라는 것이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7월 이사회 산하에 투명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의 대표위원을 사외이사가 맡게 규정을 변경하는 등의 지배구조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관련기사



올 초에는 윤리경영과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이해관계자와의 거래규정과 감사위원회의 직무 규정을 신설했으며, 지배구조 투명성과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는 6월엔 지주회사 및 4개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해 효성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효성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각 사업회사의 독립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분할·신설회사 이사 후보를 기존 ㈜효성 이사와 겸직하지 않도록 해 책임경영 강화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재계에서는 주총 시즌과 맞물려 효성의 지배구조에 다시 문제제기를 하는 외부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조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배경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올해 효성 주총에서 조 회장을 사내이사 재선임하려는 안건에 대해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기업가치를 훼손시켰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사회 의장이 적지 않은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외부 인사를 선임한 것은 ‘보여주기’ 이상의 의미”라며 “적어도 투명경영과 지배구조개선은 조 회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