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SK '석유 트라이앵글' 완성…최태원의 '자원개발 집념' 빛보다

[SK이노베이션, 美 셰일개발기업 '롱펠로' 인수]

베트남·중국선 전통적 석유

북미선 셰일 사업 추진으로

균형잡힌 포트폴리오 구축

E&P사업도 실적개선될 듯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존 라이스 제너럴일렉트릭(GE) 부회장과 해럴드 햄 콘티넨털리소스 회장과 잇달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미국 셰일가스 개발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잇달아 체결하고 에너지 분야에 최대 44억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5년간 16억달러를 투자하고 추가로 28억달러의 투자 여부를 검토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미국 셰일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SK이노베이션(096770)이 미국의 롱펠로에너지 자회사인 롱펠로 네마하((Longfellow Nemaha LLC)를 인수한 것은 지난해 최 회장의 미국 에너지 산업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SK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투자가 단순한 계획 이행 차원을 넘어서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부터 시작된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플리머스가 인수한 미국 오클라호마 주의 셰일 생산 광구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플리머스가 인수한 미국 오클라호마 주의 셰일 생산 광구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미국 셰일 개발업체를 인수하게 되면서 베트남과 중국·미국을 잇는 글로벌 석유개발(E&P) 사업의 ‘삼각 체제’를 완성하기 위한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베트남과 중국에서는 전통적 석유사업을 중심으로 유전개발에 나서고 미국에서는 셰일로 대표되는 비전통적 사업석유 사업을 추진하면서 석유개발사업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도 구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는 지난해 5월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딥체인지 2.0’을 발표하면서 제시했던 E&P 사업의 미래 구상과의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당시 김 총괄사장은 전통적 사업은 중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비전통적 사업은 미국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SK플리머스 광구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까지 확장하고 베트남에서는 현재 탐사 쪽에만 참여하고 있지만 생산과 개발까지 담당하겠다는 중장기 계획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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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5A12 SK미국셰일광구


SK이노베이션이 ‘매각 완료(Deal Closing)’ 이전이라는 이유로 롱펠로 네마하의 생산규모나 능력 등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지 않아 이번 인수를 통해 어느 정도의 생산능력과 기업 이익이 증가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롱펠로의 일부 기업 정보를 감안하면 현재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생산하고 있는 세일 유전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그랜트·가필트카운티 생산광구는 108개의 유정을 운영 중이며 광구 전체 넓이는 200㎢ 정도, 롱펠로 네마하는 328㎢에 104개의 유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오클라호마 SK플리머스 광구에서 하루 2,700BOE(원유환산배럴·원유와 가스를 모두 포함해 계산한 양)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인수가 완료되면 현재보다 미국 생산량이 2배 이상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주춤했던 E&P 사업 부문의 실적 개선도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100달러를 넘어섰던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5,366억원과 5,5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15년 유가가 급락하면서 620억원의 이익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최근 선제적인 투자와 기존 개발한 광구에서 성과들이 나오면서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에는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80% 이상 늘어난 1,884억원을 달성했고 경제성이 높은 미국 셰일 원유는 이익 개선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한때 저조했던 E&P사업을 꾸준히 키워왔던 최태원 회장의 ‘자원개발’에 대한 의지가 국내 최초의 미국 셰일 기업 인수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은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1990년대 중반부터 석유개발사업에 열의를 보여왔다. 1996년 페루 8광구 사업에 처음 참여했으며 이후 17년간 3명의 대통령을 6번이나 만나면서 석유개발 사업 의지를 보여줬다. 특히 2007년 기상 상황이 열악한 삼림지대에 위치한 페루 카미시아 88광구를 직접 찾아 현장 관계자들을 격려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2010년에는 페루 LNG 생산기지에서는 페루 개발 유전에서 생산한 가스를 끌어와 가공 후 미국 수출에 성공했으며 2011년에는 브라질 생산 광구인 ‘BM-C-8’ 광구와 석유발견에 성공한 탐사광구인 ‘BM-C-30’ ‘BM-C-32’ 광구를 덴마크 머스크 오일에 24억달러에 매각하면서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안정세에 들어섬에 따라 석유개발 사업에 대한 가치도 재평가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가 하락하던 시기에도 석유탐사·개발 작업을 계속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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