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망중립성’ 완화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망중립성 원칙 유지를 국정 방향으로 제시했지만 자유한국당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를 완화시켜야 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업계의 경우 통신사들은 네트워크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이에 따른 수익은 인터넷 업체들이 가져가고 있다며 폐지를 요구하는 반면 포털사들은 스타트업 등 신성장 산업을 저해할 수 있다며 유지를 넘어 강화 필요성까지 주장하고 있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5G 융합 시대, 새로운 망중립성 정책 방향’ 토론회를 열고 “기계적으로 동등한 대우만을 강조하는 현재의 망중립성 제도의 변화를 통해 5G의 성장잠재력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완화에 힘을 보탰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망중립성 원칙을 강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에서 여당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제기된 것이다. 망중립성은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전송되는 모든 데이터에 차별을 두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5G 시대를 앞두고 각 분야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미국의 경우 다음달부터 관련 정책이 폐지되는 등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앞서 김성태(비례) 한국당 의원 역시 망중립성을 완화시키는 ‘포스트 망중립성’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지방선거가 끝난 뒤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날 박용완 5G포럼 융합서비스위원장은 발제를 통해 “획일적 망중립성 규제는 서비스별 맞춤형 품질을 제공하는 5G의 기본 속성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통신 업계에선 적극적으로 망중립성 완화를 요구했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것처럼 비용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부담하는데 수익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거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처럼 망중립성을 폐지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용자 품질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투명성, 차단금지는 유지하되 차등서비스는 허용하는 방식으로 망중립성 원칙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포털 등 인터넷 콘텐츠 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인터넷 사업자들은 현재도 값비싼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며 “네이버는 2016년 망비용만 734억원을, 카카오는 200억~300억원을, 아프리카TV는 150억원을 썼다”고 강조했다. 이어 “망중립성은 스타트업의 탄생과 성장을 이끌 기반”이라며 “오히려 망중립성을 현재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아예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통신업계와 인터넷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대립하는 가운데 정부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은 이날 “기술 및 산업 동향, 국제적 추이, 그에 따른 이해관계자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련 사항을 종합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재영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도 “망중립성 정책은 그동안 인터넷 생태계, 혁신적 서비스 발전에 기여해왔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