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여행법에 서명한 후 중국 측의 불만과 유감 표명에도 불구하고 알렉스 웡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를 곧바로 대만에 보내 중국에 대한 무역압박 카드로 양안 문제를 활용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대만을 방문한 웡 부차관보는 22일까지 머물며 대만 고위관료들과 잇따라 환담할 예정이다. 웡 부차관보는 21일 미 상공회의소 주최 만찬에 참석해 대만 기업인, 경제관료 등과 만나 양국 주요 현안과 양안 관계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여행법에 서명한 다음 날인 17일에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최측근인 천쥐 가오슝시장이 미 의원과 관료 등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바 있다.
중국은 이 같은 미국 측 움직임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의도적으로 뒤흔드는 행보로 간주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21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전날 랴오닝 항모 전단을 대만해협으로 보내 군사작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랴오닝 항모 전단이 대만해협을 항해하는 경우는 인접 동중국해 등에서의 훈련이나 귀항 등 예정된 일정에 따른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랴오닝호의 대만해협 진입은 전격적으로 이뤄진 성격이 짙어 사실상 대만법 통과 등 중국을 자극하는 미국의 조치에 대한 반발 표시로 해석된다.
중국 샤먼대 대만연구센터의 리페이 부소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전인대 기간에 맞춰 의도적으로 대만여행법에 서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국의 무역갈등 분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 미국에서 대만여행법 서명이 이뤄지고 웡 차관보가 대만을 방문한 것은 중국 지도부에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