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장기 호황이 이어져 저가 매수가 쉽지 않은 엘리엇 매니지먼트 Elliot Management는 가장 성공한 세계 최대 행동주의 펀드다. 하지만 상대방들과 일부 동종업체들 조차도 최근 몇 차례의 무자비한 행동주의 캠페인이 도가 지나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 측의 선물 공세만 아니었으면, 엘리엇은 한국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폴 싱어 Paul Singer가 설립한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여름, ‘삼성 공화국’에서 전쟁을 치렀다. 한국 대기업이 싱어가 불공정한 거래로 간주한 것을 통과시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40년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싱어가 계속 경영을 하고 있는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당시 삼성의 건설 계열사의 주요 투자자였다. 혼수상태에 빠진 삼성 회장의 아들 이재용 부회장이 한국 최대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 부회장 측은 가족경영 대기업의 한 계열사(제일모직)가 건설 계열사(삼성물산)를 80억 달러에 인수하도록 움직였다. 터무니없이 낮은 인수금액 때문에 엘리엇은 합병 찬성을 망설였다. 오히려 합병 반대를 위해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뉴욕 본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투자한 엘리엇은 안방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민한 상대와 맞닥뜨렸다. 삼성은 싱어가 반유대주의적이라고 여기는 수사적 공세와 함께, 그를 탐욕스러운 독수리로 묘사한 삽화를 온라인에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의결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당근’이었다.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주총이 다가오자, 삼성 대표단은 주주들을 만나기 위해 가가호호 방문했다. 그들의 의결권을 요청하며, 수박과 한국 호두과자를 선물했다. 그렇게 합병은 통과됐다. 보기 드물게 패배한 엘리엇은 몇 주 뒤 보유지분을 전량 매도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7년 초 한국 정부가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던 부패 스캔들을 파헤치기 시작하자 후폭풍이 삼성까지 미쳤다. 작년 8월에는 이 부회장이 뇌물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삼성 임원들이 합병 승인과 엘리엇의 패배를 확실히 하기 위해, 상당한 금전적 편의-대통령 비선 실세의 딸에게 선물로 제공한 83만 달러 상당의 마장말도 거기에 포함됐다-를 핵심 정치 비선에게 상납했다고 주장했다. 삼성 상속자인이 부회장은 1심 판결에 항소 중이지만, 철창 신세를 면치 못했다. 결과적으로 엘리엇의 주장이 정당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엘리엇의 공동 CEO 조너선 폴록 Jonathan Pollock은 “그 상황의 중심에 서 있었을 때, 대통령 탄핵까지 갈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주 이익에 반하는)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기업을 상대할 때, 엘리엇은 종종 비도덕적인 관행을 찾아내곤 한다. 폴록은 “불행하게도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관련된 일부 기업 관계자들은 주주와 채권자의 권리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다는 특권 의식을 갖고 행동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삼성의 결과는 엘리엇 뿐만 아니라 주주 행동주의의 중대한 분기점이 됐다. 행동주의자들은 수익률 증대를 위해 상장사들의 의결권 지분을 활용해 변화의 압박을 가한다(사업부문 구조조정, 경영진 교체 또는 심지어 회사 매각 등을 요구한다). 그런 주주 ‘시위’가 최근 몇 년간 더욱 일반화됐다.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좀 더 많은 수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서 업계에서 활동한 지 40년 된 엘리엇이 규모와 활동 측면에서 최대 헤지펀드로 자리매김했다. 이 펀드는 거의 항상 독자 노선을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티 립턴 Marty Lipton은 “엘리엇의 실전서(Book of Deals)가 아마도 가장 유익하고 포괄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왁텔 립턴 로젠 앤드 카츠 Wachtell Lipton Rosen & Katz 로펌의 창립 파트너이자 포이즌 필 Poison Pill 기업방어전략 *역주: 기업사냥꾼에 대비해 미리 회사의 내부규칙(정관)에 숨겨 놓은 독약. 의 창시자다(립턴은 최근 더욱 자주, 더 많은 분쟁에서 엘리엇을 상대하고 있다). 그는 “엘리엇은 매우 성공적이며, 오늘날 행동주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년간, 엘리엇은 최소 12개 국가에서 50개 이상의 기업들을 상대로 행동주의 캠페인을 펼쳤다(작년에만 19건이다). 그 동안 삼성과의 싸움이 유일하게 표 대결까지 갔고, 또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첫 사례였다. 이는 엘리엇이 경영진을 압박해 자신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도록 만드는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여준다. 동시에, 엘리엇의 자산은 거의 두 배 늘어 약 390억 달러(작년 5월 23시간 만에 모집한 50억 달러도 포함)가 됐다. 댄 롭 Dan Loeb이 운용하는 업계 2위 헤지펀드 서드 포인트 Third Point 자산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엘리엇의 인력 400명과 자금력 때문에, 각 업계 대기업부터 국가까지 상대방들이 엘리엇을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작년 여름, 워런 버핏은 이런 점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엘리엇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온코 Oncor 인수를 성공적으로 막았다. 온코의 모회사 에너지퓨처홀딩스의 채권을 인수함으로써, 최대 채권자가 된 엘리엇이 인수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엘리엇은 최근 자신의 승리 전략을 복제하려 한다: 2016년과 비교하면, 2017년 행동주의 캠페인은 약 50%나 상승했다. 다른 주요 행동주의 펀드보다 거의 세 배나 많은 규모다(작년 10월에는 하루에 2건의 캠페인을 펼친 적도 있다).
엘리엇의 승리 공식은 많은 행동주의 경쟁자들과 현저한 대조를 이룬다. 최근 포춘 500대 기업들을 타깃으로 한 행동주의 시도들은 비참하게 실패하고 있다. ADP와의 위임장 대결에서 처참하게 패한 빌 애크먼 Bill Ackman부터 작년 초 제너럴모터스를 상대로 체면을 구긴 그린라이트 캐피털 Greenlight Capital 창업자 데이비드 아인혼 David Einhorn이 대표적이다. 트라이언 파트너스 Trian Partners의 넬슨 펠츠 Nelson Peltz조차 작년 가을 P&G와의 블록버스터급 위임장 대결에서 가까스로 승리했다. 하지만 자신의 이사 선임 문제를 두고 그 회사와 여전히 분쟁 중이다. 한편으로, 엘리엇은 지난 40년간 13.4%의 연 평균 수익률을 올리며 타의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헤지펀드 업계가 시장 평균 수익률에 한참 뒤처진 시기에 초과 수익률을 달성한 것이다. 회사의 대표 펀드 엘리엇 어소시에이츠 Elliot Associates는 지난 5년간 9.7% 이상의 연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체 헤지펀드의 4.7%를 크게 앞선 수치다.
전례 없는 규모로 행동주의를 강화하는 엘리엇에 감히 맞서 싸우다 전사하는 경영자들-쫓겨난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다-은 점차 늘고 있다. 2016년 아르헨티나 정부에게 보유하고 있던 아르헨티나 국채를 상환하도록 압박한 엘리엇은 15년간의 싸움에 결국 마침표를 찍었다(엘리엇이 승무원들이 탑승한 아르헨티나 해군의 대형 범선을 한때 압류한 건 유명한 일화다). 결국 엘리엇은 24억 달러라는 뜻밖의 거금을 받아 냈다. 몇 개월 뒤, 아르헨티나는 전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Cristina Fernandez de Kirchner를 기소했다. 그녀는 엘리엇의 채무를 갚는 대신 2014년 디폴트 선언을 한 장본인이었다(이 결정으로 그녀의 좌파 정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경영자들에게 위임장 대결 자문을 해주는 크리스 체르니치 Chris Cernich 전략적 기업지배 구조 자문단 대표는 “엘리엇은 2개 주권국의 정권 교체에 영향을 준 유일한 헤지펀드”라며, “그들은 옳은 일을, 특히 공적으로 옳은 일을 아주 잘해 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들이 옳다는 확신 속에서, 엘리엇은 반대 세력들이 보기에 도덕적 경계선을 넘을 수 있는 방식으로 상대방을 압박하는데 능숙하다. 엘리엇을 상대했던 40여 명의 인사들-금융 전문가, 자문가, 다양한 기업들의 이사진 그리고 그 회사의 전현직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포춘은 엘리엇이 승리를 위해 무슨 일까지 벌이는지 과거에는 알려지지 않은 세부 내용을 알게 됐다.
지난 봄 축구공 하나가 폴 싱어의 사무실에 배달됐을 때, 엘리엇은 다시 한번 정당성을 인정 받은 것처럼 보였다. 작년 1월, 엘리엇은 항공우주부품업체 아르코닉 Arconic(2016년 알루미늄 회사 알코아 Alcoa에서 분리)의 최고경영자 클라우스 클라인펠드 Klaus Kleinfeld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엘리엇은 그가 임기 동안 과분한 보상을 받고, 형편없는 주가 수익률을 기록한 것에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아르코닉은 그의 해고를 거절했다. 그리고 무대는 위임장 대결로 옮겨졌다.
4개월 후, 클라인펠드는 아르코닉의 뉴욕 본사에서 도시 반대편에 위치한 싱어의 사무실에 축구공을 담은 소포를 보내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그 소포에 편지 한 장을 동봉했다. 그는 싱어가 베를린에서 2006년 독일월드컵 경기를 관람한 후, 보여줬던 ‘잊히지 않을 레전드급’ 행동을 냉소적으로 표현했다. 편지 추신에서 클라인펠드는 (싱어가 했다고 알려진) 방탕한 행위에는 미국 인디언 원주민 모자를 쓰고, 공공 분수대에서 ‘싱잉 인 더 레인’ 노래를 부르는 것도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나중에 싱어에게 원주민 깃털 머리 장식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엘리엇은 그 소포가 ‘상자 속 피 묻은 잘린 손가락’처럼 자신들을 협박했다고 비난했다. 회사의 법률자문위원 리처드 자벨 Richard Zabel은 ‘우리는 클라인펠드 박사가 싱어를 위협하거나 갈취할 수 있다는 노골적인 암시를 한 것으로 이해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아르코닉 이사회에 보냈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아르코닉 이사회는 클라인펠드을 사퇴시킬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상황은 엘리엇이 상대방의 ‘자살골’로 갑작스럽게 원하던 결과를 운 좋게 잡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포춘은 엘리엇이 배후에서 클라인펠드와 아르코닉을 상대로, 일종의 냉전을 펼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서양을 건너 전 유럽 지역에서 은밀한 첩보활동을 펴고 있었던 것이다.
클라인펠드 입장에서, 모든 상황은 1년 전 자신들을 사립탐정으로 밝힌 두 명이 뉴욕의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New York’s Westchester County에 사는 그의 이웃에 나타나면서 시작됐다. 그들은 클라인펠드 집에서 있었던 ‘시끄러운 파티’에 대해 탐문하고 있었다. 엘리엇이 아르코닉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을 때, 아르코닉 이사회 멤버들뿐만 아니라 클라인펠드의 친구와 동료들도 더욱 수상한 정황들을 보고했다: 클라인펠드 CEO의 이웃들은 낯선 사람들에 의해 지역 레스토랑까지 미행을 당했다. 그 커플에게 접근한 낯선 사람들은 클라인펠드와 함께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먼저 몇 가지 질문만 했다. 그 독일 태생의 최고경영자는 포춘과의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그 사건을 잘 아는 5명이 이 이야기를 확인해줬다. 그들 모두가 배후에 엘리엇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한 명은 “우리는 그들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가장 소름 끼치는 사건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인 클라인펠드의 딸이 캠퍼스에서 그녀에게 페이스북 친구 요청을 하는 누군가에 의해 접근 당했을 때였다. 그 사람은 그녀의 친구들에게도 말을 걸며, 그녀 가족에 관한 정보를 캐고 다녔다. 변호사와 자문가들은 사립탐정을 고용, 위임장 대결의 상대방을 조사하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최고경영자의 자녀들은 (연령에 상관없이) 보통 건들지 않는 게 관례다.
엘리엇은 그런 일들에 대해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법정 진술 및 포춘과 인터뷰를 한 7인의 증언을 종합하면, 헤지펀드의 공격에 직면한 사람들의 자녀들은 최소한 3차례 어떤 식으로든 사건에 휘말렸다. 이는 그들의 부모와 관련된 정보를 캐거나, 약점을 잡으려는 분명한 시도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아르코닉의 홍보 컨설턴트 노르베르트 에싱 Norbert Essing의 경우, 런던에 사는 자녀의 이웃들은 낯선 이들의 방문을 받았다. 이들은 자녀들이나 아버지인 에싱의 약물남용에 대해 캐물었다. 이런 일은 엘리엇이 “에싱이 축구공과 함께 편지를 쓰도록 클라인펠드를 돕거나, 부추겼던 동조자”라고 공개 비난한 직후 일어났다(에싱은 이런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이번 취재를 위해 두 명의 임원들만 제한적으로 접촉을 허락했던 엘리엇은 ‘행동주의 캠페인 과정에서 사립탐정을 이용했다’는 주장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다. 엘리엇과 밀접한 한 인사는 누군가의 자녀로부터 (혹은 자녀에 대해) 취득한 정보가 광범위하게 이뤄진 아르코닉 뒷조사의 일부분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몇몇 소식통에 따르면, 헤지펀드라는 좁은 세계에서 엘리엇은 특히 무자비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평판이 자자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접근 방식에 혐오감을 가진 저명한 행동주의 투자자 제프 우벤 Jeff Ubben 밸류액트 헤지펀드 CEO는 작년 5월 밀켄 인스티튜트 Milken Institute 회의에서 진행된 행동주의 토론에서 클라인펠드를 옹호했다.
비록 논란은 되지만, 약점 캐기와 다른 공격적인 전략들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그런 점들 때문에, 엘리엇과 뒤처진 경쟁사들의 구분이 더욱 명확해진다. (이전에 변호사로서 엘리엇을 대변했고, 지금은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모건 스탠리의 주주 행동주의 및 기업방어그룹의 글로벌 수장 데이비드 로즈워터 David Rosewater는 “실제로 정말 제대로 된 행동주의를 하기 위해선, 당신이 영리하고 인내심이 있어야 할뿐만 아니라 (나쁜 사람이 되려는) 의지도 있어야한다”며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 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폴 엘리엇 싱어가 지난 1977년 설립했다. 그는 법원 시스템을 활용하면, 파산 상황과 차익거래로 큰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매우 보수적인 억만장자 싱어(73)는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모든 투자를 헷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신의 투자 스타일의 중요한 특징으로서, 싱어는 ‘육체적 노력(다른 말로, 구식의 힘든 노동)’을 높게 평가한다.
‘트럼프 반대(Never Trump)’ 운동을 위한 자금 지원과 동성애 결혼 지지로 공화당과 결별한 싱어는 영향력 있는 공화당 기부자이다.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또한 자신과 직원들의 ‘신체 보안’에 집착한다. 엘리엇은 직원들의 SNS활동을 대부분 금지한다. 거의 예외 없이, 직원들은 온라인에 자신의 사진을 올릴 수 없다. 심지어 공식적인 얼굴 사진도 안된다. 디지털 시대에 사실상 ‘유령’으로 살아가는 셈이다. 이런 예방 조치는 회사에 원한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려는 취지다. 싱어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두려워 익명을 요구한 한 엘리엇 투자자는 “폴은 항상 보안에 대해 피해 망상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철학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례로, 싱어는 심지어 자신의 맨해튼 본사도 ‘헷징’하고 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 뉴저지에 5층짜리 백업 사무실을 유지하는 것이다.
80년와 90년대에 엘리엇은 월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거의 관심을 갖지 않던 부실채권과 다른 비주류 유가증권에 주목했다. 하지만 엘리엇의 근대 행동주의 역사는 2004년 제시 콘 Jesse Cohn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올해 37세의 콘은 엘리엇의 ‘무서운 아이(enfant terrible)’가 됐다. 롱 아일랜드 출신의 그는 자동차 마니아에 철인 3종 경기 선수이다. 속사포처럼 말해 종종 ‘테이프 빨리 감기’로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칭 컴퓨터 광인 콘은 엘리엇 합류 전, 모건 스탠리에서 기업 인수합병 담당자로 2년을 보냈다. 그곳에서 그는 중소 IT기업들에게 편지를 보내, 회사 매각을 통해 주주들에게 큰 수익을 주라고 종용했다.
어렸을 적 팬의 열정과 협상가의 전문성(fanboy-meets-dealmaker)이 어우러진 특성으로 인해, 콘은 ‘건방진 애송이’라는 평판을 얻었다. 2010년 노벨 Novell 이사회에 보낸 편지에서, 그는 자신이 14세 때 회사의 IT 자격증 중 하나를 땄다고 자랑했다. 비록 적대적 인수를 제안한 내용이었지만,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매력적인 포인트였다. 그의 건방진 접근은 효과가 있었다. 노벨은 결국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그리고 콘의 업무 방식은 상사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는 엘리엇의 모든 미국 주식 행동주의를 지휘하는 자리에 승진했다. 콘의 행동주의 캠페인은 12개 이상의 기업 인수(Takeout/Buyout) *역주: takeout은 적대적 혹은 우호적 인수합병 등을 통한 인수, buyout은 회사의 대주주 지분을 취득을 통한 인수를 일반적으로 의미를 성사시켰다. BMC 소프트웨어 BMC Software, 인포마티카 Informatica, 라이프록 Lifelock 그리고 규모 면에서 최대인 (델이 2015년 670억 달러에 인수한) EMC 등이 그 대상이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행동주의 수장 크리스 영 싱어가 기업 이사회 자리를 피하는 반면, 콘은 4개 이사 자리를 꿰차고 있다. 그리고 그가 엘리엇에서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콘을 싱어의 조카로 착각한다. 좀처럼 대중 노출을 하지 않는(그는 이번 기사 관련 인터뷰도 거절했다) 싱어는 엘리엇의 타깃이 된 기업들과의 협상에도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반면 콘은 종종 전면에 나선다. 마크 웨인가튼 Marc Weingarten은 “폴은 많은 사안들의 최종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실권은 제시가 행사한다. 행동주의 업계의 모든 종사자들이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말한다. 웨인가튼은 로펌 슐츠 로스 앤드 자벨 Schulte Roth & Zabel에서 주주 행동주의 그룹의 파트너 겸 공동의장으로서 엘리엇을 위해 일하고 있다.
사적인 자리에서, 콘과 테이블 반대편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그의 다른 면을 봤다. 즉, 전략적 압박을 가하는 기술의 대가로서 진면목을 목격한 것이었다. 그의 그런 모습은 디트로이트에 소재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제조사 컴퓨웨어 Compuware를 통해 드러났다. 엘리엇의 행동주의 캠페인 결과로, 이 회사는 결국 2014년 29억 달러에 토마 브라보 Thoma Bravo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2013년 9월, 컴퓨웨어 이사회 대표단이 엘리엇의 요구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뉴욕으로 날아갔다. 콘이 6인치 두께의 서류철을 자연스럽게 넘기면서 미팅을 시작했다. 그 서류철은 프리츠 헨더슨 Fritz Henderson 전 제너럴모터스 CEO를 포함한 그의 고객들에 관한 민망한 정보들을 의도적으로 담고 있었다. 제너럴 애틀랜틱 General Atlantic 사모펀드 고문이사 빌 그레이브 Bill Grabe는 당시 컴퓨웨어 이사회 멤버였다. 그는 추후 중재소송에서 콘이 염치없이 헨더슨의 딸을 대화 소재로 끌어들였다고 증언했다. 그레이브는 ‘이런 저런 일을 하고 다니는 당신 딸이 있다’는 콘(젊은 펀드 매니저로 표현했다)의 발언을 회상했다. 또한 그는 “협박과 분열, 그리고 파괴를 위해 모든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전략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증언했다. 같은 재판에서, 당시 컴퓨웨어 CEO였던 밥 폴 Bob Paul도 콘이 미팅 이후 통화에서 ‘은근한 위협’을 가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차고에 애스톤 마틴 Aston Martin 차량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그런데, 당신이 몰고 다니는 그 영국차를 좋아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컴퓨웨어 공동창업자인 피터 카르마노스 주니어 Peter Karmanos Jr의 부당해고 소송에서 이런 위협적 대립이 처음 드러났다. 그리고 이 사실은 현재 미시간 주 법원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카르마노스는 엘리엇이 이사들을 협박해 컴퓨웨어를 (사모펀드에 헐값에) 매각하도록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엘리엇은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이용한다”며 “그들은 압박 수위를 높여가며, 규칙을 왜곡해 적용한다”고 밝혔다. 카르마노스는 1973년 세금 환급금 몇 백 달러를 들고 컴퓨웨어를 창업했다. 엘리엇이 (컴퓨웨어를 상대로) 행동주의 캠페인을 시작할 때, 그는 이사회에서 물러나겠다고 이미 발표했다. 하지만 몇 개월 후 그는 컨설턴트 자리에서 해고됐다. 그가 “엘리엇에게 뒈져버리라고 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그 발언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뉴욕의 그런 얼간이들 때문에 기업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고 강조했다.
콘이 서류 일체를 꺼냈을 당시, 방안에 있던 한 인사는 “그 협박 전략은 이사회 결정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유해한 정보의 공개는 분명히 위협적이었다”며, “그 서류철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분명했다”고 증언한다. 컴퓨웨어 이사들은 (철저히) 준비된 상태로 미팅에 왔다. 1년 전 엘리엇이 타깃으로 삼았던 경쟁사인 BMC 소프트웨어 관계자들이 그들에게 엘리엇의 유사 전략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컴퓨웨어 이사들은 “그 전략에는 어느 BMC 이사의 딸을 상대로 한 위협적인 전화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언급을 거절했다. 하지만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사람은 “유머는 어느 정도 재미로 끝나야 하는데, 다소 잔인했다”고 말한다. 이사회의 이해 충돌 여부를 파악한 뒤, ’이제 끝장이다‘라는 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종의 망신주기 게임(Shame Game)이었다. 그는 “비록 딸이 정보의 근원이었지만, 그 정보는 딸이 아니라 해당 이사를 타깃으로 암시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그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그의 딸이 이사회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계략들은 밸류액트의 우벤 같은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그는 엘리엇이 성실하게 상대 기업과 협업하려는 다른 행동주의 투자자의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걱정한다. 엘리엇은 행동주의 캠페인으로 인한 사람들의 피해에 무관심하거나, 기업의 존재 자체를 없애는 것을 분명히 선호하기 때문이다. 우벤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행동주의 형태는 엘리엇과 완전히 다르다”라고 밝혔다. 우벤의 헤지펀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지금까지 5년 간이나 비공개 행동주의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사티야 나델라 Satya Nadella CEO 체제하에서 마아크로소프트의 실적 개선 속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벤은 “엘리엇은 기업들이 주식시장을 멀리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며, “그래서 상장 기업수는 줄고 비상장 기업수는 증가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콘이 컴퓨웨어와의 전면전에 나서고 있었을 때, 엘리엇 내부에서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엘리엇의 최고 경영진은 콘의 전략이 회사의 주 수입원인 ‘노동 집약적 투자’의 확장에 분명히 도움이 됐다고 봤다. 그래서 5년 전, 그들은 그 전략에 큰 힘을 실어줬다. 엘리엇의 신세대 펀드매니저들은 에너지부터 광업까지 각자의 업계에서, 콘이 썼던 방식을 활용하고 싶어했다. 유럽과 아시아 증시에 상장된 폐쇄형 펀드를 이용해 차익거래(Closed-End Fund Arbitrage)를 했던 조너선 폴록은 몇 년 전 뉴욕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싱어가 회사 설립의 기초로 삼았던 투자 원칙들을 엘리엇을 넘어,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하나의 자산 전략으로 통합했다.
그의 첫 중요한 시험 무대는 헤스 Hess였다. 당시 시가총액 250억 달러로 가족경영 석유 및 가스 대기업이었던 헤스는 엘리엇이 타깃으로 삼았던 기업들 가운데 규모 면에서 최대였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 때마다 출시하는 새로운 장난감 트럭 덕분에, 그 기업은 미국 문화에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이미지를 차지했다. 헤스는 엘리엇의 접근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엘리엇은 헤스 주식 4%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분 5%이상 보유 시)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행동주의 활동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13D조항에 해당되지 않았다. 2013년 1월, 엘리엇은 이사회의 이사 5명을 교체하기 위해 위임장 대결을 공식화 했다. 엘리엇은 헤스가 임원들에게 동종업계 최고의 보상 체계를 제공하지만, 주식 수익률은 거의 바닥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뉴저지 공화당 주지사 출신으로, 엘리엇의 표적이었던 헤스 이사 중 한 명인 토마스 킨 Thomas Kean은 “그것은 기습 공격이었다”고 회상한다.
미국의 마지막 가족경영 기업 중 한 곳인 헤스는 침투 불가능하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엘리엇은 흠잡을 데 없는 새 이사진 명단을 제시했다(브리티시 페트롤리엄 BP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American Express의 전직 CEO 등이 포함됐다).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엘리엇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며, 주주 이익 측면에서 자신의 주장을 평가하라고 주주들을 압박했다. 체르니치는 “엘리엇의 이사진 명단과 비교했을 때, 헤스 이사진은 2군 팀처럼 보였다”고 설명한다. 킨은 “엘리엇이 일부 기관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이사 후보들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신의성실의무를 저버리는 것(잠재적인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고 압박했다”고 전한다.
2013년 5월 주주총회 위임장 대결 전날, 휴스턴의 포시즌 호텔로 몸을 숨긴 엘리엇과 헤스의 대표단들이 서로 확보한 의결권을 카운트했다. 그때가 대략 밤 10시였다. 결과는 막상막하였다. 양측이 모여 밤새도록 합의안을 논의했다. 오전 6시30분, 헤스는 엘리엇 측 이사 3명을 선임하기로 발표했다. 23년간 일한 킨은 이사직을 포기했다. 그는 “이사 선임안을 관철시킴으로써, 엘리엇은 체급을 올려 더 큰 기업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기업을 대상으로 행동주의 투자자 대응법을 조언하는 한 금융 전문가는 “헤스 가문의 패배는 엘리엇을 넘어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밝혔다: “일단 그런 일이 벌어지고 나니, 모든 사람들이 ‘파티(행동주의 캠페인)는 계속된다’는 식이었다”
잇단 승리로 엘리엇 내의 행동주의 충동은 한층 더 자극을 받았다. 2015년 10월, 엘리엇은 소매업체로는 처음으로 카벨라스 Cabela‘s를 상대했다. 결국 그 업체는 스스로 바스 프로 숍스 Bass Pro Shops에 매각했다. 한편, 콘은 아메리칸 캐피털 American Capital을 통해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엘리엇은 당초 차익 거래의 일환으로, 앞날이 불투명한 이 금융주에 투자했다. 하지만 한 동료는 그 기업이 행동주의 투자자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기초체력을 다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처음으로 홀을 가로질러 콘을 찾아갔다.
엘리엇의 행동주의 체크리스트-회사는 저평가인가? 개선 가능한가? 다른 주주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나?-로 그 기업을 진단한 콘은 폴록과 싱어에게 행동주의 캠페인 의사를 전달했다. 그들은 즉시 승인했다. 2015년 11월 중순, 엘리엇이 아메리칸 캐피털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동시에 보유 지분 8.4%도 공개했다. 9일간의 심사숙고 후, 그 기업은 매각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했다. 상장 기업을 상대로 한 엘리엇의 행동주의 캠페인 중에서 결론이 가장 빨리 난 사례였다(6개월 후 아레스 캐피털 Ares Capital이 34억 달러에 아메리칸 캐피털을 인수했다). 콘은 “이번 건은 우리의 업무 방식이 정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그리고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단순히 IT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IT전문가 집단이 아니다. 우리가 구축한 시스템을 통해, 그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팀이다. 그리고 다른 산업과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스템 구축을 도왔던 콘은 썩 만족하지 않았다. 엘리엇에 합류한 초기부터, 그는 동료들 및 고문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종종 밝혔던 꿈을 품고 있었다. 그가 기업들을 인수합병 시킬 수록, 그리고 매물 기업을 많이 확보할 수록,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제시 콘은 스스로 기업을 인수하고 싶어했다.
콘의 말만 들으면, 그는 ‘사랑에 빠진 듯’ 정신을 다른 곳에 두고 있었다. 행동주의 캠페인 개시 전, 엘리엇은 기업 연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이로 인해,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상대 기업에 대해 면밀한 지식과 깊은 이해를 가질 수 있었다. 일례로, EMC의 경우 엘리엇은 그 데이터 저장 기업을 파악하는데 수 개월을 들였다. 그 기업에게 인수합병 기회를 수용하라는 캠페인을 벌이기 전, EMC의 700여 개 고객사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하지만 컴퓨터 거대기업 델이 실버 레이크 Silver Lake 사모펀드 대표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EMC를 인수하자, 엘리엇은 팽을 당한 셈이 됐다. 콘은 언젠가 엘리엇이 자기 자본으로 대기업 인수가 가능할 정도로 성장하기를 희망했다.
콘의 꿈은 마침내 작년 가을 실현됐다. 보유 지분을 공개한 지 6개월도 안돼, 엘리엇이 사이버보안업체 기가몬 Gigamon을 16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었다. 엘리엇 혼자 상장사를 비상장화시킨 첫 사례였다. 에버그린 코스트 캐피털 Evergreen Coast Capital에는 중요한 성과였다.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이 업체는 엘리엇의 신생 사모펀드 계열사다.
그러나 콘은 거액이 투입되는 인수합병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공격적인 성향의 엘리엇 평판이 이런 새로운 목표 달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깨달았다. 그래서 오늘날 콘은 과거 치열한 협상의 맞상대였던 바로 그 금융 전문가들과 변호사들로부터 인수 상대의 단서를 종종 수집하고 있다.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이런 전략 수정으로, 콘과 엘리엇의 행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등장했다”고 설명한다.
일례로, 작년 봄 엘리엇은 아테나헬스 Athenahealth를 타깃으로 정했다. 그 헬스케어 IT 기업을 잘 아는 사람에 따르면, 평상시와 같은 압도적인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콘은 회사 경영진과의 만남에서 공손하고, 심지어 칭찬까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끔 콘은 승승장구하던 많은 날들을 되돌아보며, 약간의 죄책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의 상사 폴록은 “우리의 전략은 시간이 지나면서 아마 진화했을 것”이라며, “이런 건설적인 경영개입 방식을 더욱 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아르코닉을 상대로 벌였던 엘리엇의 인신 공격이 회사 대내외적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다. 포트폴리오 매니저 데이브 밀러 Dave Miller(38)가 주도한 그 행동주의 캠페인의 수사는 최근 기억되는 어느 캠페인보다 더 많은 독설로 가득했다. 336장에 이르는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아르코닉 주주들에게 배포됐고, 공개적으로도 발표됐다. 그 자료는 클라인펠드를 돈을 갖고 도망치는 모노폴리 게임 Monopoly의 등장인물로 묘사했다. 또한 비정상적인 인성의 소유자라고 암시했다(아르코닉은 이런 주장이 ‘근거 없는’ 인신 공격이라고 치부했다). 이로 인해, 일부 사람들은 엘리엇 스스로 이중인격을 가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게 됐다. 조엘 프랭크 Joele Frank는 작년 3월 툴레인 Tulane 법대 행사에 패널로 나와 “문제는 좋은 행동주의 투자자를 만날지 얼간이를 만날지 모른다”며 지적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홍보 회사를 운영하는 그는 기업들이 엘리엇과 다른 행동주의 투자자들을 상대로 싸우도록 돕고 있다(한편 작년 봄, 밀러는 엘리엇에서 미국 구조조정 부서 책임자로 승진했다).
아르코닉 캠페인은 또한 무한한 자금을 활용하는 엘리엇의 힘을 보여줬다. 클라인펠드가 사임한 지 거의 한 달이 된 작년 5월, 엘리엇은 전무후무한 행동을 했다. 종이 위임장 투표권과 함께, 재충전 가능한 비디오 플레이어를 우편으로 보냈다. 아이패드보다 약간 더 작은 크기의 동영상 재생기는 4분 정도의 인신공격성 광고를 담고 있었다. 클라인펠드가 재임 기간에 S&P 500대 기업 CEO 중 최악의 실적을 냈다는 내용이었다. 투자자들이 소포를 열면, 그 광고가 자동 재생되도록 했다. 위임장 대결 전문가들은 수 만명의 소액 주주들에게 보낸 그 장치에 엘리엇이 300만 달러를 쏟아 부었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그 행동주의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에 따르면, 아르코닉이 방어비용으로 5,800만 달러를 썼다고 밝힌 반면, 엘리엇도 거의 비슷한 공격비용을 사용했다. 양측이 합의 도출에 연이어 실패하자 (당시 싱어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르코닉은 결국 엘리엇이 제안한 이사 4명 가운데 3명을 선임하는데 합의했다. 슐츠의 변호사 웨인가튼은 “엘리엇이 등장하면 완전히 다른 경기가 펼쳐진다”며, “그들은 무자비하다. 그들은 자금력을 갖고 있다. 승리를 위해 결코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엘리엇의 관점에서, 그들이 직면했던 저항을 고려하면 그런 접근 방식이 확실했다. 폴록은 헤스와 삼성 사례와 함께 “아르코닉이 ‘진짜 전투’를 벌였던 몇 안되는 캠페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그 3~4개 사례를 성공한 캠페인으로 여기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아르코닉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우리는 그들과 싸우지 않기로 했다. 단지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금융 전문가들은 아르코닉 발표 자료가 다른 기업들의 이사회실에 돌아다닌다고 말한다. 그리고 차기 캠페인에서 엘리엇의 제안에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경고장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엘리엇이 추구하는 이상에 적합한지 여부를 떠나, 그 무자비한 유산은 회사의 행동주의 캠페인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빌 애크먼이나 댄 롭이 경영하는 행동주의 회사들과 달리, 폴 싱어가 설립한 엘리엇은 모든 곳에서 기업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주의자 사단을 양성해왔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 체르니치는 “어떤 면에서 창업자를 뛰어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며, “그것이 그 기업의 힘과 효율성을 확장 및 증대시킨다”고 설명했다.
폴록은 “우리는 앞으로도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사회들이여, 바짝 긴장해라!
■ 엘리엇 행동주의 사단
폴 싱어 Paul Singer / 창업자 겸 공동 CEO(73)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유명 공화당 정치 기부자 싱어는 1977년 엘리엇을 설립했다. 그는 엘리엇이 타깃으로 정한 기업들과의 협상에 절대 참여하지 않는다. 또한 이사회에도 합류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영향력과 전략적 감각은 회사의 행동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시 콘 Jesse Cohn /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미국 주식 행동주의 대표(37)
자칭 컴퓨터 광인 콘은 2004년 엘리엇에 합류했다. 중소형 IT기업들의 매각을 위한 그의 성공적인 캠페인은 동료들이 행동주의를 전략의 중심에 두도록 설득하는데 일조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업무 방식은 정말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 엘리엇의 희생양들
크리스틴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Cristine Fernandez de Kirchner /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아르헨티나는 일부 국채의 상환 문제로 엘리엇과 수 년간 다퉜다. 키르치네르가 국채 상환을 거부하자 국가가 디폴트에 빠졌다. 이는 여당의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최근 그녀는 부패 혐의로 기소됐다.
이재용 Jay Y. Lee / 삼성그룹 부회장
한국 대기업의 사실상 회장 역할을 했던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작년 8월 뇌물 협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됐다. 삼성은 83만 달러 상당의 말을 핵심 비선의 자녀에게 제공했다. 엘리엇을 상대로 한 위임장 대결에서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클라우스 클라인펠드 Klaus Kleinfeld / 전 아르코닉 CEO
그는 엘리엇과의 위임장 대결에서 이성을 잃고, 싱어에게 분노의 편지를 보낸 후 해고됐다
톤 부흐너 Ton Buchner / 전 악조노벨 CEO
이 네덜란드 페인트 제조사와 PPG 인더스트리즈 PPG Industries의 합병을 추진한 엘리엇은 회장을 몰아내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 전략은 실패했지만, 작년 7월 부흐너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마크 템플턴 Mark Templeton / 전 시트릭스 시스템즈 CEO
제시 콘이 2015년 6월 이 업무용 IT 회사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시트릭스가 콘을 이사로 선임하자, 템플턴은 사퇴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JEN WIECZ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