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긴축 기조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신흥국인 브라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Selic)를 역대 최저치로 낮췄다. 통상 신흥국이 선진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유출에 대비해 금리를 올리는 것과 달리 브라질 중앙은행은 12차례 연속으로 금리 인하 행렬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21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존 6.75%였던 기준금리를 6.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브라질이 기준금리 제도를 도입한 지난 1996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브라질 기준금리는 한때 14.25%까지 치솟았지만 2016년 10월 중앙은행이 0.25%포인트 하향 조정한 후 이번까지 총 12차례 연속 인하됐다. 이날 중앙은행은 오는 5월 열리는 차기 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까지 시사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회의 후 “통화정책위원회는 브라질의 경제 사정이 부양적인 통화정책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자금이탈 우려에도 역대 최저금리..왜?
글로벌 자금이탈 우려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이 기준금리를 계속 하향 조정하는 것은 좀처럼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서다. 브라질은 최근 수년간 이어진 저성장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질 국민소득도 감소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2015년 -3.5%, 2016년 -3.46%에서 지난해 1%의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섰지만 인플레이션도 중앙은행 목표치에 못 미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고조되고 있다. 브라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2.95%로 전년 대비 3.34%포인트 급락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1월 0.29%, 2월 0.32%로 사실상 ‘제로’에 육박한 상태다. 브라질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4.5%에서 ±1.5%포인트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이날 성명을 통해 “추가적인 완만한 통화부양책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이 지연되는 위험을 줄인다”고 밝혔다.
게다가 막대한 공공부채 부담으로 경제 사정이 나아지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지난달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연금개혁이 안 되면 공공지출이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하기 힘들다”며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강등시킨 바 있다. 미셰우 테메르 정부는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이는 등 연금 혜택을 전체적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안을 마련했지만 연방의회 표결은 10월 선거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