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초강경파로 불리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대사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기용했다. 이번 기용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볼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으로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 유엔 대사 등을 역임한 인사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나 민간에 나왔을 때나 북한과의 대화 무용론과 고강도 대북 압박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역설해왔다 민간에 있던 2007년 1월에는 “북핵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북한 체제 붕괴와 한반도에서의 평화통일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달 9일 정식 취임할 것으로 알려진 볼턴은 북미정상회담의 실무 사령탑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그의 강경한 대북관이 정상회담과 향후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23일 “볼턴 전 대사가 취임 전후로 자신의 대북관 및 정책을 다시 밝힐 기회가 있을 테니 그것을 봐야 할 것 같다. 과거 했던 말만 가지고만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챙기는 이슈이니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이같이 신중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정부 내에서는 내심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꾸준히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온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의 퇴장과 초강경 대북관을 가진 후임자의 등장은 우리 정부의 외교 노력에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걱정스럽다”며 “미국에 (대북) 초강성 외교안보팀이 짜이게 됐으니 앞으로 한미간에 조율을 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 전문가들은 볼턴의 ‘부활’이 한반도 정세에 변수가 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볼턴은 자기확신이 강한 일종의 근본주의자로, 김정은 체제를 ‘악’이자 ‘타도’ 대상으로 여길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압박을 강화하려 할 수 있으며, 대북 결정은 단순하고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볼턴은 북한에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할 것인지 여부, 비핵화의 조건과 이행 순서, 이행 시한 등을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려 할 것이며, 그것에 따라 평화적 해결이 가능한지에 대해 명료하게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만약 김정은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생각 없이 핵동결 정도만 하려는 생각으로 북미정상회담에 나온다면 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볼턴은 트럼프의 ‘실용주의’와 ‘미국 이익 우선주의’와는 달리, 미국의 가치인 민주주의와 인권을 확산시키기 위해 미국이 힘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네오콘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볼턴이 북한 핵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했다. 신 교수는 “이제 미국은 미북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보다 강도 높은 압박과 완전하고 조건없는 비핵화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전략적 변화를 선택해서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한반도 비핵화에 보다 빠른 속도로 다가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적당한 타협이나 조건을 내세운다면 정상회담 개최가 불투명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전에 비해 높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 교수는 볼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신의 색깔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해가며 조심스럽게 자기의 의견을 반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