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균형있는 자동차기술 투자

배충식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자동차 기술은 하이브리드차와 배터리 전기차, 수소연료전지 전기차가 혁신적으로 발전하며 전환기에 와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이상 이상적인 기술혁신을 전제로 미래 기술에 선택적 집중을 하는 연구개발(R&D) 전략을 택해왔다. 그러나 다음 세대의 차가 언제 어떻게 변모해갈지는 갈수록 종잡기 어려워지고 있다. 미래 기술에만 집중하기보다 현실성 있는 균형 잡힌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떤 자동차가 더 적합한가를 판정하기 위해서는 환경성과 기술성·경제성은 물론 에너지 안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기술전망(ETP)에서 오는 2050년 가솔린차·디젤차·하이브리드차·전기차·수소전기차의 비율을 예측해왔는데 지난 12년간 계속 개정하면서 그 값이 매번 들쭉날쭉한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도로수송 부문의 2050년 전망에서는 화석연료 기반의 내연기관이 여전히 대세로 평가됐다. 배터리 전기차가 배터리 가격 감소에 힘입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기술 선점을 위해 출혈로 형성된 현재의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비판도 동시에 나온다. 아울러 리튬 가격의 폭발적 증가로 위기에 놓였다는 신중론도 있고 전고체 배터리와 같이 더욱 안전하고 동력 밀도가 높은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야 경쟁력 있는 전기차 수익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환경 측면에서 보면 전기 생산 공급 과정에서 온실가스 생산량을 줄이려면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배터리 전기차의 한계로 꼽힌다.


배터리 기술의 발전은 순수 전기차보다 오히려 내연기관과 결합한 하이브리드차 기술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결국 환경성과 경제성을 갖는 하이브리드엔진차로 진화할 가능성을 제공했다. 무궁무진한 내연기관의 혁신기술에 대해 국가적 R&D 사업을 진행하는 일본·미국·독일의 속내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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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은 위기다. 감상적이거나 정치적인 결정은 전망 오류와 예산 낭비, 나아가 산업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당분간 수익 모델의 중심이 될 내연기관의 돌파 기술 개발에 전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차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해서는 성급한 보급보다 장기적으로 꾸준한 기초 연구와 인프라를 차근차근 구축해 경제성이 확보되는 시기에 보급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배충식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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