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외국인·기관 '팔자'에 단기 충격 불가피..."당분간 관망을"

■ G2 무역전쟁...증시 전망은

지난주말 美 3대지수 일제 급락

변동성 확대·눈치보기 이어질 듯

"무역전쟁 현실화 가능성 낮아

조정 받더라도 재상승할 것" 전망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여파로 주식시장이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시계 제로’에 빠졌다. 글로벌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증시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국내 증시도 단기 충격을 피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미 ‘금리 역전’에도 남북 화해 모드 등 무난한 상승세가 전망됐던 증시가 ‘미국발 변동성’에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무역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당분간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을 주문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 대비 424.69포인트(1.77%) 하락한 2만3,533.20에 마감됐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55.43포인트(2.10%) 급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역시 174.01포인트(2.43%) 떨어지며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를 대표하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주가가 전날에 이어 또 추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3.29%나 떨어졌고 마이크론 테크(-7.99%), 퀄컴(-3.45%), 인텔(-2.89%), AMD(-2.57%) 등 반도체 관련 주가가 일제히 하락 추락했다.


주간으로는 나스닥이 6.54%나 하락했고, S&P500와 다우존스가 각각 -5.95%, -5.67%의 낙폭을 기록했다. S&P500은 2016년 1월 이후 2년 만에 최악의 한 주를 기록하는 등 투심이 급격히 위축됐다.

미국 증시의 충격파에서 국내 시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 미·중간 위기가 고조된 23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18% 하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4.81%나 급락했다. 이날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24.45%나 급증하며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켰다.


‘큰 손’들의 투자심리도 급격하게 위축됐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 주식을 1,039억원 순매도했고, 시총 2위 SK하이닉스(000660)도 98억원으로 매수 폭을 확 줄였다. 기관투자자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980억원, 1,661억원이나 팔아치워 이날 하루에만 삼성전자는 3.18%, SK하이닉스는 6.21% 떨어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려 한·미 ‘금리 역전’이 현실화되는 상황에도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7,021억원)와 SK하이닉스(7,994억원)를 사들였지만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다툼에 매수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 실현 측면도 있지만 미·중 무역 분쟁 여파에 외국인과 기관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332억원, 기관은 6,437억원을 팔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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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국내 증시도 당분간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25일 “당분간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시장이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원인이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심화 가능성으로 단기 충격은 피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 정보기술(IT)·헬스케어 섹터가 하락을 주도해 국내 연관 섹터도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예상된다. 국내 증시 또한 IT, 반도체, 바이오 섹터의 비중이 커 이들 종목의 하락에 지수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다만 무역 전쟁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해 증시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충격을 받더라도 다시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한국 증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배 수준으로 선진·신흥국 증시 중에서도 가장 낮은 편이다. 지난주 기준 미국과 영국, 독일의 PER는 17배, 13배, 13배 수준이다. 신흥국 중 인도와 대만, 인도네시아도 각각 18배, 16배, 16배로 국내 증시가 여전히 전 세계 대비 저평가를 받고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나 실적이 양호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추세적인 하락보다는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더 크다”며 “반도체, 중국 관련 소비주, 은행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낙폭이 컸던 반도체 대형주도 반도체 경기가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을 이어가는 만큼 지나친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경쟁력이 월등하고 내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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