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영화 '7년의 밤' 장동건 "누가 오영제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범인에 복수하는 아버지役

서늘한 사이코패스 연기도전

"악한 피해자 vs 선한 가해자

악인에 관한 딜레마 던졌죠"

7년의 밤 장동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7년의 밤 장동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누군가 딸을 차로 친 것도 모자라 숨이 붙어있던 아이의 숨통을 막고 호수에 유기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딸의 아버지는 눈빛 한 점 흔들리지 않는다. 서늘한 표정의 그에게 형사가 묻는다. 아이에게서 가족으로 추정되는 누군가에게 상습적으로 학대당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그 질문에도 그의 표정은 변화가 없다. 단순히 무표정한 게 아니라 감정의 수도꼭지가 있는 힘껏 조여져 한 번도 풀려본 적 없는 듯 그의 표정엔 한기가 감돈다. 영화 ‘7년의 밤’(감독 추창민)에서 딸을 죽인 범인을 처절하게 응징하는 아버지 오영제로 분한 장동건(46)의 눈에선 온기 한 점 찾아볼 수 없다.

28일 개봉을 앞두고 관객들 사이에선 이미 장동건의 악역 도전에 기대가 한껏 커져 있다. 그러나 2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오영제가 악역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운을 뗐다.


“제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관객들에게 오영제라는 사람을 설득시키는 것이었어요. 영화를 다 본 관객들이 오영제도, 우발적 사고로 딸을 죽인 최현수(배우 류승룡)도 누구 하나 응원할 수 없게 딜레마를 남기고 싶었죠.”

정유정의 원작 소설 속 오영제가 사이코패스라면 영화 속 오영제는 자기가 구축한 세계의 질서를 한치도 흐트러뜨리지 않으려 하는 우리와 닮은 한 인간이다. 원작과는 또 다른, 한 편의 소설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 ‘7년의 밤’의 힘이 대부분 장동건에게서 나온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원작에선 오영제가 사이코패스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오죠. 여기에 집착하면 영화 속 오영제의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았어요. 자기가 설계한 세계가 정해진 질서대로 있어야 하는데 이 틀을 벗어나면 학대, 구타 등으로 ‘교정’을 하게 되는 거죠. 감정적인 학대가 아니라 늘 하던 공식 그대로 규칙을 어기면 규칙대로 벌을 내리는 거죠. 후에 딸을 죽인 최현수에게 복수하는 것 역시 자기 세계를 파괴한 자를 응징한다는 콘셉트로 접근했어요. 처음엔 저 역시 오영제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서서히 그에게 다가서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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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장동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7년의 밤 장동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오래 전 이 소설을 읽은 장동건은 “악한 피해자가 선한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구도, 등장인물 어느 누구도 도덕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스토리 전개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영화로 만든다면 꼭 오영제 역을 맡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운명처럼 기회가 왔다. 처음으로 스릴러에 도전하는 추 감독은 선한 눈빛의 장동건이 악역을 맡으면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캐스팅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영제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선 추 감독과 장동건이 생각하는 오영제의 이미지 자체가 달랐다. “책을 읽으면서 전 날카롭고 세련된 캐릭터를 상상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의 생각은 정반대였어요. 살도 10㎏ 찌우라고 하고 머리도 M자 탈모에 파마머리를 한 힘 센 권력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더군요. 사이코패스의 클리쉐를 벗어나고 싶었던 거죠. 감독님과 제 생각이 오가면서 결국 우리 곁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살아있는 인간 오영제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그야말로 치열하게 연기하고 수정해가며 한결 한결 쌓아 만든 캐릭터랄까요.”

그의 연기 인생에도 이번 작품은 전환점이 될만한 작품이다. 장동건은 “캐릭터가 겪는 상황이 아니라 내면과 심리를 이렇게까지 고민하며 찍어본 영화가 없다”며 “내가 먼저 설득되지 않으면 관객도 설득할 수 없다는 생각에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장동건은 6년간 몸담았던 SM C&C를 떠나 1인 기획사를 세웠다. 연기자이자 중견 영화인으로서 색다른 프로젝트를 기획해보고 싶어서다. “영화제도 두루 다니고, 좋은 영화를 발견하면 우리 관객들에게 소개도 해보려고 해요. 그 영화를 우리 관객들이 좋아한다면 재미와 보람 모두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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