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글로벌 헤게모니 전쟁<2>]안보 중시 트럼프, 반도체 '전략산업' 육성 의지

삼성·하이닉스 美수출물량 감축 들고 나올수도

4차혁명 등 미래산업 '두뇌'

기술 주도권 확보에도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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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백억달러의 중국 수입품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면서 이를 면제할 반대급부로 미국산 반도체 수입 확대를 요구한 것은 반도체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는 ‘전략 산업’이라고 보고 육성 및 보호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의 1차 목표를 ‘대중 무역적자 1,000억달러 감축’으로 설정했는데 마이크론이나 웨스턴디지털(WD) 등 미 반도체 회사들의 중국 수출 확대를 우선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이 자국 반도체 업체를 육성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미국 수출길을 조일 가능성도 우려된다. 실제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해 미국산 반도체 구매를 확대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미국이 끊임없이 공략하는 것은 반도체가 미래 산업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부품으로 국가 안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자율주행·인공지능(AI) 산업이 폭발적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이런 기술 구현에 필수적인 부품이 고성능 반도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올해 4,740억달러 규모인 반도체 시장이 오는 2022년에는 5,700억달러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 무대인 메모리 시장은 지난해 1,256억달러에서 같은 기간 1,615억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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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산업이 향후 경제와 국방에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미래 반도체 기술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주요2개국(G2)이 반도체를 무역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도 결국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행정명령을 동원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를 막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브로드컴은 싱가포르 기업이지만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와 긴밀한 협력을 맺고 있다. 퀄컴이 브로드컴에 넘어가면 자칫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개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미국이 강하게 느낀 것이다. 5G 기술은 4G에 비해 속도가 20배 빠르고 10배 많은 동시 접속도 가능해 동시다발적으로 막대한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자율주행 등 미래 시대 핵심기술로 꼽힌다. 중국 역시 2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미중이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보호하려 할수록 국내 기업의 수출길은 험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최근 민간 채널을 통해 삼성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메모리 가격 인상 자제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역시 한국산 낸드플래시 제품에 대한 특허조사를 벌이는 등 여차하면 반도체를 대상으로 무역제재를 가할 태세다. 반도체 업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글로벌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반도체 부문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손철특파원 한재영기자 runiro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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