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글로벌 헤게모니 전쟁<2>]골든룰로 불렸던 한미FTA…트럼프 압박에 '이익균형' 무너져

철강 쿼터 268만톤 확보 선방했지만

자동차 '미래주자' 픽업트럭 양보

약가제 개선·원산지 강화 원칙 합의

11




11


“철강 수출 시장은 지켜냈지만 북미 시장의 ‘차세대’ 수출 주자 픽업트럭은 내줬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벌인 철강 관세-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연계 협상의 결과를 두고 평가가 엇갈렸다. 협상의 지렛대를 독점한 미국에 맞서 최선의 결과를 내놨다는 총평이 나오지만 철강 문제 탓에 두 차례의 협상을 통해 어렵게 맞춰놓은 한미 FTA의 이익균형이 무너졌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특히 코앞인 픽업트럭의 관세철폐 시한을 20년 미룬 것은 전 세계 자유무역의 ‘골든 룰’로 평가되던 한미 FTA 정신을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철강 관세 부과 관련 협상만 떼놓고 보면 성과가 컸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한 철강 관세 부과 조치에서 우리나라는 국가 면제하는 데 미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대신 우리 정부는 대미 철강 수출물량 쿼터를 268만톤 확보했다. 2015~2017년 평균 수출물량 383만톤의 70%, 2017년 대비해서는 7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미국 상무부가 백악관에 제출한 철강 안보영향 보고서에 명시했던 쿼터가 국가별로 전년 대비 63%였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양보도 얻어낸 셈이다. 다만 우리 철강산업의 주력품목인 유정용강관(OCTG) 등 강관류 쿼터는 104만톤으로 전년 수출물량 203만톤 대비 반 토막 났다.


통상당국은 무엇보다 전 세계 국가 중에서 1순위로 25% 관세 부과 칼날에서 벗어났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달 미 상무부가 보고서를 백악관에 보고할 당시 우리나라는 동맹국 중 유일하게 53%의 ‘관세 폭탄’ 부과 대상인 12개국에 포함됐었다.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이 가장 먼저 국가 면제(협상)를 마무리하면서 철강 기업의 대미수출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한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도 “미국이 1,330만톤의 철강을 줄이겠다고 공언한 만큼 면제가 안 된 국가들은 철강 관세가 25%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문제는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한미 FTA에서 우리 정부가 양보를 했다는 점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픽업트럭의 관세철폐 기간을 두 배로 늘린 게 가장 뼈아프다고 지적한다. 당초 한미 양국은 오는 2021년까지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픽업트럭의 관세 25%를 철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기간을 추가로 20년 연장해 시한을 2041년으로 하겠다는 게 이번 협상의 결과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은 “철강 문제를 해결하고 한미 FTA를 유지한 것은 다행이지만 미국에서 승용차보다 수요가 많은 픽업트럭의 개방을 늦춘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가 한미 FTA를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안전기준 쿼터를 늘린 것은 개방으로 가는 방향이지만 픽업트럭 협상 결과는 무역자유화와는 반대 방향”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 수입차의 안전기준 미적용 쿼터를 1사(社)당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높였다. 또 한미 양국은 연비·온실가스와 배출가스 관련 규정을 개선하고 약가제도와 원산지 검증 문제도 보완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미국의 수입규제 남용 칼날에서 벗어나야만 이번 협상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정부는 미국의 약속은 받아냈다는 입장이다. 김 본부장도 “양국이 반덤핑·상계관세 조사를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진행하고 구체화하자는 내용을 구속력 있는 조항으로 합의한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약속을 바탕으로 한미 FTA 개정문에 어느 정도까지 담아낼 수 있느냐가 평가의 척도라고 지적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번 정부의 발표는 선언적 수준에 불과하다”며 “무역확장법 232조뿐만 아니라 불리한 가용정보(AFA)·특정시장상황(PMS) 조항, 세이프가드와 반덤핑·상계관세 남용 방지를 담보할 수 있는 실효적 수단을 한미 FTA 개정문에 담아야 자동차를 양보한 이번 협상도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