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양방 건보, 한방 건보 분리하자고?

임웅재 보건의료 선임기자

국민이 지지하는 건강보험 확대

의협 회장 당선자는 '폭거'라며

중단과 수가인상·건보 분리 요구

진흙탕 싸움 그만, 선의 경쟁해야

임웅재 위원



“문재인케어 저지를 위해 합법적인 수단을 총동원해 강력히 투쟁하겠다.”

지난 23일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 당선된 최대집 의협 국민건강수호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의 당선 소감이다. 강경투쟁 수위가 한껏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최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문재인케어는 의사의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박탈해버리는 폭거다. 의료를 멈춰서라도 의료를 살리겠다. 감옥에 갈 준비까지 돼 있다”고 공언해왔다.


이익단체의 수장 자리를 놓고 내놓았던 공약인 만큼 이해가 간다. 문재인케어 저지 투쟁을 앞세워 건강보험 수가를 인상·현실화하려는 노림수를 과대 포장한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수가가 원가를 밑돈다는 현실은 정부도 인정한다. 하지만 수가가 원가의 몇 %인지는 논란도 많고 현실화에 오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재원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수가 현실화 전에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의 예비급여 편입은 안 된다”는 의협의 논리는 문제가 있다.

문재인케어는 안전성·유효성은 있지만 가격이 비싸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는 3,600여 의료행위·치료재료를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에서 예비급여(대부분 본인부담률 50% 또는 80%) 항목으로 편입해 보장성 수준을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대다수 국민들은 상당한 부담이 돼온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 중 상당수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문재인케어에 박수를 보내왔다. 따라서 의협은 이 같은 국민들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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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비는 69조3,352억원으로 지난 2013년 50조원대로 올라선 지 4년 만에 7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건강보험 적용인구가 2011년보다 3.3% 증가하는 동안 진료비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50%나 불어났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와 세금·부담금·생활비로 마련한 돈이다. 의사 등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주머니도 그만큼 풍성해졌을 것이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의사의 월평균 임금은 1,305만원에 이른다. 입원 병상이 있는 동네의원 의사가 1,917만원, 100병상 이상 병원 의사가 1,613만원, 일반의가 많은 소규모 요양병원 의사가 1,034만원, 500병상이 넘는 종합병원 의사가 919만원이다. 대형병원 의사의 평균임금이 낮은 것은 인턴·레지던트 등 수련을 받는 의사가 많아 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최 당선자와 의협은 “문 대통령 임기 중 수가 현실화만 하고 문재인케어는 해서는 안 된다” “비급여 사수”를 외치며 강경투쟁을 벼르고 있다. 국민의 눈에는 돈만 챙기겠다는 심보로 보인다.

최 당선자의 선거공약을 살펴보면 걱정은 더 커진다. 의사·의료기관에 건강보험 환자 진료를 의무화한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사실상 폐지하고 의사의 환자 거부권, 건강보험 단체계약제 전환을 주장해서다. 양방·한방 건강보험 분리(가입 선택권 부여), 요양병원 한의사 채용 금지 제도화, 의약분업으로 약사들에게 뺏긴 의사의 조제권 환수 주장까지 담겨 있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결사반대하더니 ‘양방 건강보험’과 ‘한방 건강보험’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반면 특정 약을 처방해달라며 리베이트를 준 제약회사 측은 물론 이를 받은 의사도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는 폐지 목록에 올렸다.

국민들은 의사와 한의사가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의료의 질을 높이기를 원한다. 이를 무시하고 허구한 날 제 밥그릇만 챙긴다면, 한의계를 불합리한 규제에 가두려 하고 진흙탕 싸움만 한다면 의협은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 jaelim@sedaily.com

임웅재 보건의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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