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붕어빵 같은 은행 영업지점 지역특색에 맞게 확 바꿀것"

허인 KB국민은행장 인터뷰

연내 대면채널 다양화 추진

가산금리는 이미 시장이 좌우

돈 더 벌려고 혼자 올릴 수 없어

勞도 투쟁 접고 화답…소통 결실

허인 KB국민은행장



“가산금리 결정체계는 이미 시장에 의해 거의 완벽하게 컨트롤되고 있습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은행이 독과점체제에 있다면 이익을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는 결정을 할 수 있겠지만 현재 7~8개 은행이 초박빙의 (금리) 경쟁을 하며 견제하는 상황이어서 이익을 더 내겠다고 가산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개별은행의 경영상황에 따라 손해를 보더라도 점유율을 확보하려면 낮은 금리를 주고 그게 아니라면 고객이 지나치게 이탈하지 않을 정도로 유지한다는 얘기다. 허 행장은 “은행들이 (금리) 담합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가산금리 체계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금융당국은 개별은행이 결정하는 가산금리 산정방식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는데 이에 대한 허 행장의 소신을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다.

취임 넉 달을 정신없이 지내온 허 행장은 대면 채널인 오프라인 영업지점 효율화 전략도 처음 내비쳤다. 허 행장은 연내 어느 지점이나 똑같은 형태로 운영되는 ‘붕어빵’ 같은 영업지점을 싹 바꿔 지점별 차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영업지점은 전국적으로 1,055개에 달한다. 허 행장은 “상인들이 많이 거래하는 지점은 상인들이 좋아하는 상품과 하드웨어를 갖춰야 하고 아파트단지에 지점이 있다면 직원도 그 역할에 맞는 전문가를 주로 배치해 대면 채널에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국민은행의 아이덴티티를 넘어 대면 채널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허 행장은 “고객과 직원 모두 변화된 지점 모습에 대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소통을 거쳐 도입하겠다”며 “연내 개별 지역의 특색에 맞게 바꿔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화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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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행장은 최근 흰머리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하루가 지나도 흰머리는 늘어나는 것”이라고 태연하게 얘기하지만 허 행장은 취임 100일이나 취임 200일과 같이 재임 날짜를 따질 만큼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는 조직 안정을 꾀해야 하는 한편 하반기부터 자본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총량 제한 등 영업환경이 더 악화돼 새로운 대출수요를 찾아야 해서다. 영업통인 허 행장이 103년 만에 처음으로 복수금고를 도입하는 서울시 금고 수주에 사실상 올인하다시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사석에서 허 행장의 한자 이름을 뜯어보면 ‘돈을 끌어오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소개하면서 “은행장 이름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뽑을 때는 몰랐는데 뽑고 나니 이름에 그런 의미가 있었다”고 흡족해했다. 윤 회장이 허 행장의 영업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다.

허 행장은 한미 금리 역전과 관련해 “금리 상승기 예금조달 이상으로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예금조달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기는 한데 조달에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고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합당한 범위 내에서는 열심히 하겠지만 전체 이익에 반하거나 지나치게 과열된 모습을 보여 사회 전체에 불안감을 만들어내는 역할은 하고 싶지 않다”며 탐욕적인 금융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허 행장은 별도 형식과 틀을 정하지 않고 시간 날 때마다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 친다’는 게 허 행장의 ‘공감 경청법’이다. 이 같은 노력 덕에 강성으로 유명한 KB노조는 지난 6개월간 윤 회장 퇴진 투쟁을 위해 장외에 설치했던 컨테이너를 철수하며 화답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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