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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황금빛’ 이태성 “현실·수위 고민한 지태 연기..어려웠다”

배우 이태성이 ‘짠내 나는’ 캐릭터 변신을 했다. 그동안 ‘금수저’ 의사, 변호사, 실장님을 주로 선보였던 그가 연기인생 15년 중 가장 현실감 있는 인물을 연기했다.

배우 이태성 /사진=더퀸AMC배우 이태성 /사진=더퀸AMC



KBS 2TV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이하 ‘황금빛’)에서 이태성이 분한 서지태는 서씨 가문의 장남이자 ‘N포 세대’ 대표주자로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할 수밖에 없던 인물이었다. 4년째 사귄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흙수저’에 불안정한 직장을 가졌다는 이유로 삶의 기본 권리조차 누리지 못했다. 서지태의 연이은 좌절은 안방극장을 공감의 눈물로 가득 채웠다.


‘황금빛 내 인생’은 흙수저 자매 서지안(신혜선 분)과 서지수(서은수 분)에게 금수저의 기회가 찾아오면서 생기는 변화를 그린 한편, 서지태 같은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에도 저마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담았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울경제스타와 만난 이태성은 “9개월 촬영했는데 시간이 정말 빨리 간 것 같다. 다들 즐겁게 촬영해서 그런지 힘들 법한 상황에서도 시간이 잘 간 것 같다. 시원섭섭하다. 52부 중 1부를 찍을 때만해도 만리장성을 가는 기분이었는데 어느 순간 끝나 있더라”며 ‘황금빛 내 인생’이 끝난 여운을 곱씹었다.

‘황금빛’은 많은 시청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위암 말기를 확진 받은 아버지 서태수(천호진 분)의 죽음이 그려지면서 서글픈 결말을 그렸다. 특히 마지막회에서는 서씨 집안 가족들이 서태수의 장례를 치르며 모두 눈물을 쏟았는데, 실제로도 배우들이 입 모아 말한 가장 슬픈 장면이었다.

“실제 장례식장에서 촬영했는데 천호진 선배님의 영정사진을 보니 마음이 이상하더라. 김혜옥 선배님도 계속 울고 계셨다. 마냥 해피엔딩보다 아버지의 죽음을 그린 엔딩이 자녀들에게 준 메시지가 강했던 것 같다. 만약 해피엔딩이었다면 누군가의 자녀인 시청자들이 느끼지 못한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이태성이 해석한 ‘황금빛 내 인생’ 제목의 뜻은 무엇이었을까. “초반에 지안이가 부잣집으로 가면서 ‘황금빛’이라는 인생을 느낀다. 물질적으로 행복함으로써 그게 ‘황금빛 인생’이라 정의 내리는가 싶었지만 점차 서태수의 인생을 보여주면서 아프고 가족들과 관계 회복도 한다. 누군가에게 힘들었던 시절이 어떻게 보면 황금빛일 수 있겠더라. 그늘진 모습도 황금빛일 수 있다. 사람들은 정작 자신의 ‘황금빛’ 행복을 당시엔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극 중 아버지도 나중에서야 젊은 시절의 행복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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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태성 /사진=더퀸AMC배우 이태성 /사진=더퀸AMC


2003년 데뷔 이후 거의 처음으로 ‘흙수저’ 캐릭터로 변신한 이태성은 서지태를 연기하면서 많은 고민이 따랐다. “나와 수아(박주희 분)의 캐릭터는 ‘N포 세대’니까 지금의 청년과 같은 결혼 고민을 했다. 젊은 층의 이야기를 대신 전했다. 연애, 결혼, 출산을 고민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공감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과연 어떤 게 기준일까 싶었다. 연기하면서도 우리가 너무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고민하기도 했다. 저희도 하나의 멜로가 있었는데 감동적인 말이라든가 달달함은 없고 데이트를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돈을 안 들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결코 신날 수만은 없었던 커플이었고 다른 멜로와는 좀 달랐다.”

“이번 연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현실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표현하면서 수위도 고민했다. 다큐가 아닌 드라마로 일상적인 대사를 해야 했는데 그렇다고 마구 드러낼 수는 없었다. 처음에 감독님, 작가님과 얘기를 되게 많이 했다. 다른 커플들은 이제 시작하고 알아가는 단계였는데 저희는 이미 4년을 만났던 설정이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보이지 않은 4년을 표현하려 했다.”

지태의 4년 사귄 연인 이수아로 분한 박주희와의 호흡을 묻자 이태성은 “실제로 보이시한 스타일이다. 수아와 비슷하다면 비슷한 부분도 있었다”며 “호흡을 계속 맞추다 보니 촬영 전에 밥도 먹고 얘기도 많이 나눴다. 자칫하면 어려운 연애를 하는 커플들에게 비관적인 것만 전해드릴 수도 있을 테니 드라마로는 용기를 주려 했다. 보는 분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연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황금빛’이 최고 시청률 45% 이상까지 치솟는 과정 중에는 매회 다양한 화제와 더불어 다소 자극적인 소재가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지태-수아 커플에게는 ‘낙태 신고’ 발언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 육아 과정에서 따르는 지출의 부담으로 수아는 임신중절수술을 받기로 결심하지만 지태는 “신고한다. 그거 불법인 거 알지?”라며 협박성 발언을 한 것. 임신중절죄 폐지 문제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된 최근, 이 같은 장면은 시청자들의 갑론을박을 유발했다.

“그 장면은 민감한 문제였다. 금전적 상황과 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커플들도 있다고 들었다. ‘신고한다’는 대사를 입 밖으로 내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일단 지태가 가진 캐릭터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 금전적 능력이나 비전에 한계가 있었고 막연했다. 그런 그가 못났지만 최대한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으로 작가님께서 그렇게 써주신 것 같았다. 가족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 같기도 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대사를 했다. 연기자의 입장에서 나는 주어진 대사를 최대한 전달하고자 했다.”

이태성은 아버지 서태수가 ‘상상암’에 걸린 장면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오히려 죽음에 이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행이었다는 입장이다. “사실 그 이면에 논란이 될 거라고 생각은 못 했다. 전체적인 상황과 병명을 ‘상상암’이라고 함축해 넣은 것이겠다. 명칭보다는 상황에 집중했다. 왜 아버지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했다. 나는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생각하는데 상황에 마음이 아팠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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