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美 볼턴 등판에 중국으로 달려간 김정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호 열차’로 불리는 전용열차를 타고 26일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집권 후 처음이며 북한 지도자로도 2011년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후 7년 만이다. 방중 행보도 심상치 않다. 김 위원장은 방중 기간에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다른 최고위급 인사들과도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치 못한 긴급상황에 남측과 미국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게 당연하다.


북한 지도자의 방중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김정일이 중국에 갔던 2006년과 2010년·2011년은 북한의 핵 보유 선언에 따른 국제 제재나 후계체제 완료가 시급했던 시기였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의 최대 과제는 우군을 모으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포함한 초강경 안보라인을 구축하면서 북한은 협상 실패까지 대비해야 할 판이다. 김 위원장이 중국으로 달려가고 리용호 외무상이 다음달 러시아를 찾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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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시 북한의 접근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김정은의 방중은 북중관계의 복원이자 한반도에서 약해진 중국의 영향력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노골적인 대중 포위 전략에 대응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북한 비핵화에 동북아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간 다툼까지 얽히는 난해한 국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의 중국 방문은 이런 의미에서 양날의 칼이다. 북중관계가 회복되면 중국이 북한에 대한 협상 압력을 높일 수 있어 긍정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최고 수준의 압박과 제재’를 위한 국제공조에 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자칫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할 빌미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고차원방정식이 한층 더 복잡해졌음이다.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함과 동시에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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