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자유학기제가 교육격차 키운다는 KDI의 지적

중학생 자유학기제가 교육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 나왔다. 자유학기제는 교과수업을 줄이는 대신 체험활동 비중을 늘리는 제도로 시험부담 없이 진로와 적성 탐색의 기회를 부여하자는 취지로 2013년 도입됐다. KDI가 27일 내놓은 ‘자유학기제가 사교육 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월소득 600만원 이상 고소득층 자녀의 사교육 참여율은 제도 시행 이후 15.2%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사교육비도 179만원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KDI는 “이런 결과는 자유학기제가 사교육을 통한 교육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를 동반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KDI 보고서는 자유학기제로 학과수업이 줄어들면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소득이 높을수록 교과수업 감소를 사교육으로 대체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학력 저하를 낳는다는 학부모의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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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재 1학기에만 시행하는 자유학기제가 올해부터 1년으로 늘어나 ‘자유학년제’로 확대 개편됐다는 점이다. 지금도 사교육 수요를 자극하는 마당인데 자유학기 1년 연장으로 사교육 풍선 효과가 더 커질 것임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자유학기제의 장점도 있다.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공교육 서비스 감소를 동반하면 그 피해는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학생에게 집중된다는 KDI의 지적은 교육당국이 새겨들을 만하다. 서울과 지방의 교육환경 차이가 엄연하고 학부모의 소득격차가 학업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저소득 자녀에게 충분한 학습권이 보장돼야 하고 학력저하를 초래한다는 학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할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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