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 '가려운 곳' 긁는 기술로 변형하라

KAIST 경영대학 교수

<63> 기술이 제품은 아니다

기술 우수성과 시장 수요 꼭 일치하진 않아

타깃 고객의 불편서 출발해야 사업화 성공

조성주 KAIST 경영대 교수조성주 KAIST 경영대 교수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은 대부분 고객 불만족·불편을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시해 사업 기회를 얻는 경우가 많다. 이 솔루션을 만드는 데 기술이 활용되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이 만들어져 사업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고객 불편에서 출발해 제품화하는 경우보다 보유 기술에서 시작해 고객 찾기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이 과정을 통해 고객 불편을 제대로 찾아내어 기술을 제품화하면 사업에 성공하고 고객 불편을 찾지 못한 채 제품화하면 실패하게 된다. 사업에서 기술은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에게 적합한지의 문제다. 기술이 좋아도 사업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다.


최근 중동 지역에 100억원 규모의 플라즈마 멸균기를 수출하게 된 P스타트업. 사업의 시작은 플라즈마 살균 기술이었다.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쉽게 사업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첫 제품으로 식품 살균기를 만들었다. 당연히 날개 돋친 듯 팔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식품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기존 방식에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플라즈마 살균 특유의 냄새가 새로운 불편을 만들었다. 기술 스타트업의 전형적인 시행착오 경로였다. 이후 운이 좋게도 누군가 치과에서도 멸균기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곧바로 몇몇 치과에 연락하고 찾아가 상황을 보기로 했다. 보는 것만으로 부족해 직접 병원 일을 도우며 설치된 멸균기를 사용해봤다. 기존 멸균기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P사의 보유 기술을 이용하면 멸균 속도를 기존보다 10배 이상, 가격은 10분의1 수준으로 낮게 만들 수 있었다. 프로토타입을 제시했더니 치과 원장들이 엔젤투자자가 됐다. 식품 멸균과 기술적 원리는 동일했는데 시장 수요는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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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있어 첫 단추를 어떻게 끼워야 할지 알 수 있게 해준 좋은 사례다. 기술을 가진 창업자들은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한 반면 고객에 대해서는 당연히 이 기술이 필요하다는 상상으로 제품화에 나서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고객의 상황을 정확히 모르면 고객 불편을 완전히 해결하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제품을 사용하는 숨겨진 이유를 모를 수도 있고 하나의 문제는 해결했는데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P사가 식품 살균기를 만들 때처럼.

기술은 아직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술을 제품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고객군을 설정해 상황을 충분히 알아나가야 한다. 둘째, 고객이 가진 핵심 문제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첫 번째로 돌아가야 한다. 셋째, 문제 해결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 어쩌면 처음 생각한 솔루션이 적합한 솔루션이 아닐 수도 있다. 여기까지 확인한 다음 본격적인 제품화에 나서야 한다. 솔루션을 고객들에게 제시했을 때 “꼭 구매하겠다”고 하면 긍정적 신호다. P사처럼 ‘투자하고 싶다’는 반응은 최상이라 할 수 있겠다. /sungjucho@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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