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다음달 중순께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이다. 리 외무상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스웨덴을 방문해 마르고트 발스트룀 외무장관 등을 만나고 19일에는 평양에 돌아가기 전 베이징에도 머물렀다. 북미 정상회담이 예고된 후 광폭 행보에 나선 것이다. 그간 러시아는 북중관계가 소원해진 상황에서도 친북 입장을 견지해온 바 있다. 이에 따라 리 외무상은 모스크바를 찾아 북한 입장에 대한 지지를 재차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북한은 다음달 11일 개최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외교 엘리트에 변화를 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현재 국제적 고립이 심각한 만큼 좀 더 적극적인 외교활동이 필요하다고 북한 지도부가 판단할 수 있다”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퇴진하고 국제 담당 리수용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나 리 외무상이 임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이 같은 대외활동 강화 조짐에 대해 백악관은 일단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라지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 “그 보도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며 “다만 내가 말하려는 것은 전 세계 수십 개의 나라가 함께한 대통령의 최대 압박작전이 결실을 보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데려온 덕분에 우리와 북한은 예전에 있던 지점보다 더 나은 곳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조심스럽게 중국 측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 방중 여부를 공식 언급하지 않은 채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간 관계 개선이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상당히 고차원적인 수를 쓰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과의 대화를 앞두고 잘 안되더라도 ‘우리에게는 중국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영현·이태규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