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김정은 전격 訪中] '패싱 안된다는 中-판 키우려는 北' 이해 일치..新밀월 열까

■ 급물살타는 북중관계

中, 北 '정치적 지분' 확보 의지

한반도 문제 급진전 기대 속

대북제재 고삐 느슨해질 수도

'특별열차' 회담 후 베이징 떠나

27일 북한 최고위급 인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머무는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국빈관 주변 도로를 현지 경찰이 봉쇄하고 있다. 홍콩 명보 등 중화권 매체들은 단둥과 수도 베이징의 긴박했던 상황과 경비 태세 등에 비춰볼 때 이번에 방중한 인물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베이징=AP연합뉴스27일 북한 최고위급 인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머무는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국빈관 주변 도로를 현지 경찰이 봉쇄하고 있다. 홍콩 명보 등 중화권 매체들은 단둥과 수도 베이징의 긴박했던 상황과 경비 태세 등에 비춰볼 때 이번에 방중한 인물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베이징=AP연합뉴스



한반도 이슈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에 내몰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김정은 끌어안기로 국면 전환에 나섰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깜짝 방문 카드를 받아 쥔 시 주석이 오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지분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7일 중국 현지 고위 외교소식통과 베이징 외교가에 따르면 전날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대회당에서 북중 최고위급 회담을 가진 후 이날 베이징을 떠났다. 중국 측에서는 시 주석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화통신 등 주요 중국 관영매체는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중 관련 뉴스를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 2000년 이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7차례 방중 때 중국 당국은 대부분 방중 일정이 끝난 뒤 북중 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특히 이번 방중단의 베이징 입성 당일인 26일에 인민대회당과 국빈관 댜오위타이 등의 경비는 과거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때만큼 삼엄하게 이뤄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댜오위타이에 머물렀던 인물이 과거 김정일 위원장이 묵었던 18호실에 숙박했다”면서 “댜오위타이 모든 출입구에 공안이 배치됐으며 200m 밖에서부터 통제됐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매체의 침묵과 달리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 중화권 언론은 김정은 위원장으로 추정되는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베이징을 방문했다며 실시간으로 비중 있게 전했다. SCMP는 익명의 중국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 위원장이 시 주석과 3시간가량 회담을 했다고 전했다.


일부 외신들도 김정은 위원장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보도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중국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중국을 방문한 고위급 인사가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 북한 특별열차가 중국 단둥역을 통과하자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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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은 북중관계 개선을 위한 행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SCMP와 명보는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이며 냉각 상태인 북중관계에 큰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현지 외교가에서도 이번 이벤트에는 사실상 시 주석의 북중관계 개선 의지가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시 주석은 북중 정상회담 개최와 양국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과 이를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4월 말부터 시작되는 남북·북미 연쇄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설명 형식의 방중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하더라도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와 관련한 뚜렷한 확답이 없었다면 시 주석이 이번 깜짝 이벤트를 수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해 가을 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 집권 2기 체제 지도부 인사가 확정된 후 11월에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을 찾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해 시 주석의 체면이 크게 손상됐다는 목소리가 컸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성사와 관련해서도 중국은 사실상 관련 사전대화 채널에서 일정 정도 배제되면서 중국으로서는 북핵 이슈에서 이른바 전통적인 주도권을 놓치는 차이나 패싱 우려까지 제기된 터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이벤트가 고도로 계산된 북한의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깜짝 방문 이벤트를 통해 판을 더 키워보겠다는 북한의 노림수와 북핵과 한반도 이슈 논의 과정에서 소외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시진핑 지도부의 적극적인 북한 끌어안기 의지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의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시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을 꺼렸지만 북한이 최근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방중해 중국 최고지도자를 만났다는 것은 북한과 중국 모두 현재 한반도 정세를 엄중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시 주석이 지난해 당 대회 이후 자신의 높아진 절대권력 위상을 발판으로 북한과의 ‘당 대 당’ 관계를 복원해 글로벌 리더십을 부각시키고 집권 연장에 부담을 주는 한반도 돌발사태의 싹도 자르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량윈샹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중국이 여전히 한반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입증한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의 핵 포기에는 여전히 난관이 많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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