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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K아트]'작품 팔릴 때마다 작가에 수익 분배'…EU처럼 '추급권' 도입 고려해 볼만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이우환(82)은 수년 전 국내 언론으로부터 ‘연일 상승세인 작품값’에 대한 질문을 받자 “경매에서 얼마에 사고 팔리든 나와는 무관하다”며 발끈한 적 있다. 사실이었다. 경매에서 그림이 수억원에 거래되더라도 이는 매매자 간의 양도차익일 뿐 작가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는다. 음악이 한 번 연주되고 영화가 상영되고 출판물이 출간될 때마다 저작권이 발생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와 균형을 맞춰 미술품이 거래될 때마다 작품 판매금액의 일부를 저작권자가 청구할 수 있게 한 권리가 바로 ‘미술품 재판매권’인 일명 ‘추급권(Artist Resale Right)’이다. 최근 추급권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미술가가 30대 때 2,000만원에 판매한 작품이 세월이 흘러 60대가 되어서는 10억원에 거래된다면 그 기간에 작가가 기울인 노력과 명성 관리가 가치 상승의 원동력이 됐으므로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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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20년 프랑스에서 시작돼 1948년 베른협약에서 추급권을 채택했다. 영국은 2006년 추급권을 도입해 4,000여명 미술가에게 약 5,000만파운드(약 764억원)의 재판매 사용료를 분배해줬다. 2001년 유럽연합(EU) 전 회원국이 추급권을 입법화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처음 논의됐으나 10년째 도입 여부에 대한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최근 추급권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됐으나 도입될 경우 시행 초반에는 이를 부가적 비용으로 여겨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작품가의 평균 4~5%를 차지하는 추급권 비용이 구매자에게 전가돼 가격 상승 등을 유발할 것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선진국 수준에 맞추려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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