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안젤라(가명)씨가 본인이 사건 당일 오후 5시께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지 20일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젤라씨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1년 12월23일의 기록을 찾던 중 최근 위치 기반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 ‘포스퀘어’를 통해 하나의 증거를 찾았다”며 “당시 제가 방문한 렉싱턴 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 인 ‘뉴욕뉴욕’ 룸 안에서 찍은 셀카 사진과 함께 추가 체크인을 한 기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은 안젤라씨가 지난 2011년 12월23일 정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장소로 알려졌다.
안젤라씨는 2011년 12월23일 오후 5시5분 포스퀘어를 통해 렉싱턴 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 ‘뉴욕뉴욕’ 위치를 지정하고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문구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5시37분에도 여전히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문구와 ‘뉴욕뉴욕’ 내부에서 찍은 사진을 포스퀘어에 남겼다고 전했다.
안젤라씨는 “정 전 의원은 2011년 12월23일에 저를 렉싱턴 호텔에 만나러 올 시간이 없었다는 취지로 알리바이를 주장하면서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며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은 2011년 12월23일 ‘사건 발생 시간’에 대한 부분”이라고 언급하면서 “제가 실제로 12월23일 오후 5시께 렉싱턴 호텔 내 카페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그 증거를 공개하는 게 도리라고 판단했다”며 “정 전 의원이 주장하는 대로 ‘미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다. 오늘 제가 밝힌 자료는 제 진술의 일관성을 뒷받침해주는 자료”라고 주장했다.
안젤라씨는 공방의 쟁점인 2011년 12월23일에 대해 “이날 렉싱턴 호텔에서 정 전 의원을 1시간 기다렸다. 정 전 의원이 ‘바쁘니까 기다려라’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기억한다. 20분도 안 되게 짧은 시간동안 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의원은 오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남자친구 있느냐’, ‘성형수술도 해주려고 했는데 감옥에 가게 돼서 안타깝다’는 등 이상한 뉘앙스의 말을했다”며 “그래서 이 자리를 벗어나야 겠다고 본능적으로 생각하고 코트를 입으려 하니까 옷걸이 밑에서 강제로 껴안고 키스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입술이 스쳤다. 그래서 정 전 의원을 밀쳐내고 나왔다”고 회상했다.
정 전 의원 변호인단은 지난 16일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내고 “2011년 12월23일 정 전 의원 일정이 연속 촬영된 780여 장의 사진을 확보하고 있다”며 성추행이 벌어진 장소와 시간대로 지목된 당일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렉싱턴호텔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는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 전 의원 측은 이날 5시 이후의 행적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진 않고 있는 상황.
안젤라씨는 폭로 20여일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얼굴과 신원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 호소를 의심했다”며 “정 전 의원은 세간의 편견과 의심을 악용해 저를 유령 취급해왔다”고 밝혔다.
안젤라씨 변호인 측은 정 전 의원이 프레시안 기자 2명을 고소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관련 증거를 제출하고 출석할 전망이다.
앞서 정 전 의원은 최초 의혹을 보도한 프레시안 소속 기자 2명을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반면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안젤라씨는 정작 고소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프레시안 협동조합 측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정 전 의원을 고소한 바 있다.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