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김정은 전격 訪中]"美 매파 일색 대북라인에 위기감…北, 우군 확보 나선듯"

●서경펠로·전문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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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지난 26일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했다. 특히 외신을 중심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방중해 중국의 최고지도자를 면담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접촉이 미국 일방으로만 치우치지 않으려는 북한의 전략과 한반도 영향력을 복원하기 위한 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북한 최고위급의 중국 방문은 미국 대북 라인이 매파 일색으로 꾸려지면서 북한이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국무장관에,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국가안보보좌관에 각각 새로 지명했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인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이번 북한 최고위급의 방중은 미국 강경파의 대북 라인 등장과 무관치 않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 등이 거론되면 ‘중국이 북한을 대변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미회담 실패 대비 ‘중국이 北 대변을’ 요청했을 것”

“유리한 협상 조성·경제재건 위해 관계 개선” 관측도

“차이나 패싱 우려 中은 北 영향력 재확인에 의미”




북한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판을 키우고 유리한 협상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인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교수는 “유일한 사회주의 형제국인 중국을 무시하고 가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인사 중 누구든 중국에 이를 설명할 필요는 있었다”며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속에서 미국만을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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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경제 재건을 위해서는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에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최근의 해빙 무드를 바탕으로 중국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고 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중국을 ‘제국주의 연합세력’이라고 비판한 것은 대북제재 압박에 동참한 중국에 대한 섭섭함의 표현이었다”면서 “그러나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잘되든 못되든 중국의 도움 없이는 경제 재건이 어렵기 때문에 중국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반도 상황의 급진전으로 ‘차이나 패싱’에 대한 우려가 컸던 중국 입장에서도 이번 방중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재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이 북핵 문제 등에서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차이나 패싱’으로 인한 전략적 손실을 막는 효과가 있다”면서 “미국과 무역갈등과 대만 문제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북중 간 전략적 조율은 미국과의 향후 협상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 최고위급의 방중이 앞으로 이어질 두 정상회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위원은 “중국이 계속 주장해온 쌍중단과 쌍궤병행, 6자회담을 통한 북한의 안전 보장을 다시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북핵 문제는 남북·북미 양자뿐만이 아니라 주변국의 합의가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방중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서경 펠로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지금까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중 정상회담의 개최 조건으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명확한 입장 천명을 요구해왔는데 김 위원장이 비핵화 결단을 내렸다면 그 장애물이 사라진 것”이라며 “중국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 전환을 환영하면서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비핵화 입장을 공식 천명한다면 북한에 비핵화는 돌이키기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므로 한국과 일본·미국이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효정·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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