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구분이 엄격한 이슬람국가 파키스탄에서 처음으로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앵커가 탄생했다고 BBC가 2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인 마르비아 말리크는 지난 23일부터 현지 민영 방송사 코헤누르에서 프로그램 앵커를 맡았다.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말리크는 모델로 활동하다가 앵커로 채용됐다. 3개월간 현장 교육을 받은 뒤 이번에 첫 방송을 소화한 것이다.
파키스탄에서 트랜스젠더가 TV 프로그램 앵커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말리크는 BBC에 “처음 앵커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감동으로 눈물까지 흘렸다”며 “내 꿈을 위한 이루기 위한 첫 번째 계단에 올라서게 됐다”고 말했다.
말리크는 인생 목표는 파키스탄 트랜스젠더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만큼 현지 트랜스젠더의 삶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의 트랜스젠더들은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큰 차별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모델 활동으로 돈을 벌기도 하지만 구걸을 하거나 몸을 파는 이도 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말리크는 “우리들은 평등하게 대접받아야 하며 성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제3의 성’으로 취급받을 게 아니라 동등한 권리를 갖고 보통의 시민으로 여겨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말리크는 앵커라는 꿈을 이뤘지만 여전히 가족의 일원으로는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리크는 “내 가족은 내가 모델로 활동하고 이제는 뉴스캐스터가 된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나는 의절 당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말리크를 채용한 코헤누르의 소유주인 주나이드 안사리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말리크는 젠더 이슈가 아니라 그가 가진 가치로 인해 뽑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파키스탄 상원은 이달 초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코헤누르 뉴스 제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