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성폭력 경험, 공기업·병원·비영리단체서 많아

■본지, 잡플래닛 설문조사

각각 38.42% 38.41% 36.51%

산업별로는 문화예술·금융업 順

외국계 기업 23%로 가장 낮아

2915A32 직장내성폭력



공기업·의료기관·비영리단체 순으로 직장 내 성폭력을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디자인·문화예술 분야와 은행 등 금융업 종사자들이 회사에서 성폭력을 많이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기업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에 의뢰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직장인 1만7,3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직장 내 성폭력(성희롱·성추행·성폭행)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공공기관 및 공기업 종사자들 중 38.42%의 응답자들이 ‘그렇다’고 답해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의료기관은 38.41%로 1위인 공기업과의 차이가 0.01%포인트에 불과했다. 비영리단체·교육재단 등은 36.51%로 나타나 3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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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과 금융권에서 직장 내 성폭력 경험이 많은 것은 한 번 직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이직이 쉽지 않아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금융공기업 직원은 설문조사에서 “성추행을 당해 항의를 해도 담당 부서장이나 직원들은 물론 인사팀까지 문책을 당하거나 외부로 이야기가 흘러나갈까 두려워 오히려 쉬쉬하며 덮기 급급하다”며 “성희롱으로 문제가 된 사람들은 지방으로 잠시 발령 조치를 받을 뿐 퇴사 조치를 당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산업별로는 연극연출가 이윤택씨를 비롯해 영화계 인사들에 대한 미투(MeToo) 폭로가 활발한 것에서 나타나듯 디자인·문화예술 분야가 40.03%로 1위를 기록했다. 아울러 은행 등 금융업이 37.13%로 2위를 차지했다. 미디어·문화 업종의 대기업 재직자는 “각종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일어나도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명목 아래 가해자 누구 하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분위기부터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915A32 성범죄관련키워드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33.23%)과 중견·중소기업(33.87%)에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의 경우 23.24%로 성범죄를 경험한 비율에서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 간에는 큰 차이를 보였다. 다만 중견·중소기업일수록 성범죄를 더 자주 경험한다고 말한 응답자가 많았다. ‘성범죄를 자주 경험하는가’라는 질문에 중견·중소기업 종사자들 중 7.07%가 ‘그렇다’고 답해 5%대를 기록한 대기업(5.70%), 대학 등 교육기관(5.77%) 등에 비해 높았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일수록 사내 성폭력 전담기구가 없고 언론 등 외부의 시선에 둔감한 탓인 것으로 보인다. 한 중소 화학기업에 재직하고 있는 한 여성은 “회식 자리에서 대놓고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옆 부장한테 ‘너도 만져봐. 이때 아니면 언제 만져보냐’는 말이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성희롱을 일상적으로 겪었다”며 “사내에 마땅히 고발할 곳도 없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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