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냄새.소리도 재산이다

■발언대

성윤모 특허청장




며칠 뒤면 가족이나 친구들 간에 가벼운 장난이나 악의 없는 거짓말이 용인되는 만우절이다. 기업도 소비자에게 친근함을 주는 만우절 이벤트나 마케팅을 펼친다. 올해도 많은 기업들은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로 고객에게 웃음을 줄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의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5년 전 구글의 만우절 장난이다. 당시 구글은 ‘구글 노즈(Google Nose)’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흠뻑 젖은 강아지’를 검색하면 그 냄새를 모니터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냄새까지 검색한다는 기발한 발상은 곧 거짓임이 드러났지만 구글의 미래 검색전략 같아 흥미로웠다.

인간이 얻는 정보량의 대부분은 시각이 차지하지만 기억 속에 오래 머무는 것은 후각·청각 같은 비시각적인 감각이라고 한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특정한 냄새와 소리는 오래 기억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냄새와 소리는 추억을 소환하고 감각을 깨우는 힘이 있다. 필자를 비롯한 독자들은 구수한 밥 냄새에 어머님이 차려주신 따뜻한 저녁상이 떠오르고 바삭한 소리에는 학창시절 맛있게 먹은 비스킷이 떠오르는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발 빠른 기업들은 냄새와 소리를 이용한 제품 브랜딩과 마케팅으로 고객과의 친밀감을 형성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싱가포르 항공사, 의류 회사인 아베크롬비 등은 고유의 향을 개발·활용해 고객과의 친밀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BMW 등 자동차 회사들은 모델별 고유한 엔진 소리를 디자인해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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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상표는 문자나 도형, 이들의 결합으로 이뤄진 게 대부분이지만 후각·청각 같은 오감과 관련한 것도 상표로 등록이 가능하다. 냄새나 소리를 상표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와 함께 냄새와 소리를 상표권의 범주에 포함시켰고 현재 45건의 소리상표가 등록돼 있다. 미국·일본·중국 등도 소리상표를 인정하고 있고 얼마 전 타결된 한·중미 FTA에서도 냄새·소리 등 특수한 상표의 보호가 가능한 내용이 들어갔다.

물론 문자·도형과 달리 냄새나 소리를 상표로 등록받기는 쉽지 않다. 오랜 기간 사용해 소비자들이 그것을 맡거나 들었을 때 해당 상품이 떠올라야 하고 그 자체가 상품 자체의 특성을 나타내서는 안 되는 제약조건이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의 융·복합화가 진전되고 있고 머지않아 향기 나는 TV·모니터·스마트폰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상품 거래와 관련한 모바일 쇼핑에서 오감(五感)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이 빠르게 도입돼 크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언어장벽 없이 보다 직접적으로 기업의 브랜드를 상품·서비스에 담아낼 수 있는 냄새·소리 등 특수 상표들의 활용 사례가 급증할 것이다.

이제 5년 전 구글의 만우절 장난이 현실화될 날이 머지않았다. 우리 기업들이 오감 마케팅과 결합된 세계적인 냄새·소리상표를 개발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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