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부인 접촉관리 규정’을 마련해 다음달 17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접촉관리 규정에 따르면 앞으로 금융당국에서 △검사·제재 △인허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회계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 등(금감원 임직원 포함)은 외부인과 접촉이 제한된다. 여기서 외부인은 △법무·회계 법인에 소속된 변호사 및 회계사 △은행 등 금융기관 임직원 △상장법인 기업체 임직원 △금융위·금감원 퇴직자 중 법무법인·금융기관·기업체에 재취업한 자 등이다. 사실상 금융당국과 외부 금융회사 사이에 장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시장과의 접촉이 가장 필요한 금융당국이 스스로 제한을 가하게 되면 소통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높다. 예를 들어 금융위의 경우 금융정책국·금융서비스국·자본시장국 등 핵심 조직들은 모두 외부인 만남에 포괄적 제한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외부인 접촉 제한 대상 공무원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면서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아예 외부인을 만나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복지부동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들어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전직 금융관료 등의 전화는 아예 받지 않는 등 ‘몸조심’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한 전직 금융관료는 “최근에 금융당국 후배에게 가볍게 인사차 전화를 하려 했지만 도통 받으려 하지 않아 그 밑에 사무관을 통해 어렵사리 통화할 수 있었다”며 관료였던 자신도 힘들었는데 금융회사 임직원들은 당국과 소통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규제개혁이나 서민금융 등 비핵심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업무 종사자들은 정부서울청사 담장 밖을 나서지 말라는 이야기 아니냐”며 “금융당국 식(式) ‘펜스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칸막이가 높은 당국과 시장의 소통이 이번 규정 때문에 더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산업을 진흥하든, 규제를 하든 시장에서 먹히려면 충분한 소통이 기본인데 거꾸로 불통으로 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당국이 책상에 앉아 입안하는 정책들이 과연 현실성이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다른 한 금융권 관계자는 “차라리 미국처럼 로비스트법을 만들어 투명하게 시장의 분위기나 요구를 합법적으로 들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지 공무원들이 외부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하면 그들만의 정책을 짜라는 얘기밖에 더 되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무관급 공무원들의 사기와 업무역량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국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지금도 집과 회사만 오가며 외부 접촉은 거의 하지 않는 ‘웰빙형’ 젊은 공무원이 상당수”라며 “바깥과 교류하지 않는 공무원이 어떻게 위기상황에서 종합적 관리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보고 대상 업무를 맡은 공무원 중에서도 ‘특정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업무’를 처리할 때만 외부인과 만남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준은 결국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어 공무원들이 스스로 위축될 개연성이 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