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질병 등재는 비과학적이며 이로 인해 게임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것입니다.”
WHO가 오는 5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28일 서울 강남구 롯데엑셀러레이터에서 개최한 ‘ICD-11 게임 질병코드 등재,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나온 우려의 목소리다. 이날 참석자들은 WHO가 5월 국제질병분류 제11개정판(ICD-11)에 게임장애 질병 등재를 예고한 것이 비과학적이며 게임 산업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로 정부기관(한국콘텐츠진흥원), 국회, 게임 업계와 의학계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토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덕현(사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WHO의 진단기준은 중독의 핵심적 증상인 갈망·내성·금단증상 등을 제거하고 일상생활 방해를 중독처럼 치부한다”며 “의학적으로 공존질환과의 구분, 종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CD-11 초안은 게임장애를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게임 행위의 패턴’으로 정의하고 있어 지나치게 포괄적인 구분이라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또 “게임은 알코올·마약 같은 다른 물질중독과 다르게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공존질환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아 게임중독 자체를 질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고 덧붙였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게임은 해외 수출액이 5조원을 상회하는 대표 문화 콘텐츠 산업”이라며 “게임장애가 질병코드화된다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심각해지고 해외 수출, 인재 영입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게임은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산업인데 종사자들도 심각한 혼란과 자괴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석 콘텐츠진흥원 본부장도 “의학적·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문제를 질병화하는 것은 게임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청소년에 관한 문제인 만큼 교육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