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백화점 납품기업 절반이 '특정매입'...판촉사원 인건비 부담 관행도 여전

판매수수료도 평균 29% 달해

3015A18 백화점



국내 주요 백화점에 납품했던 패션잡화 제조기업 A사 대표는 최근 백화점 납품을 그만두고 온라인몰 위주의 영업 전략으로 바꿨다. 40%가 넘는 판매 수수료에다 재고와 파견 인력 인건비까지 부담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던 것. 결국 지난해 영업 적자까지 나오자 백화점 철수를 결정했다.

2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백화점 및 대형마트 납품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대규모 유통업체 납품 중소기업 애로 실태’에 따르면 A사와 같은 고충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백화점 납품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는 특정매입에 따른 수수료 및 재고 부담이었다. 중소기업이 백화점과 거래하는 방식은 특정매입이 48.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직매입은 8.7%에 불과해 재고를 납품기업이 부담하는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매입이란 납품업체의 제품을 백화점이 외상으로 매입해 판매하고 남은 재고를 납품기업에 반품하는 거래형태를 말한다.


백화점 판매수수료는 신세계 30.0%, 현대 29.4%, 롯데 29.0%로 ‘빅3’ 평균 수수료는 29.4%로 파악됐다. 신세계는 의류 부문에서 최고 42.0%, 현대는 생활용품 및 주방용품 부문에서 최고 39.0%, 롯데백화점은 구두·액세서리·패션잡화 부문에서 최고 37.0%의 판매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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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와 거래하는 방식은 직매입이 70.5%로 가장 높았으며 판매분 매입(11.1%), 특정 매입(7.5%), 유통 벤더를 통한 납품(4.6%), PB 제품 납품(3.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부에서 금지를 추진하고 있는 판매분 매입이 백화점(12.8%), 대형마트(11.1%)로 상당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대형마트의 마진율은 평균 31.4%로 조사됐는데 롯데마트가 36.4%로 가장 높고, 홈플러스(34.2%), 이마트(33.3%), 하나로마트(24.2%) 순으로 나타났다. 품목별 최대 마진율은 △롯데마트가 62.1%(생활용품/주방용품) △이마트 56.5%(식품/건강) △홈플러스 53.3%(생활용품/주방용품) △하나로마트 50.0%(생활용품/주방용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납품 중소기업들은 판매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적 방안으로 △수수료 인상 상한제 실시(49.6%, 복수 응답) △세일 할인율만큼 유통업체 수수료율 할인 적용(39.1%) △업종별 동일 수수료율 적용(30.8%) △입점기업 협의체 구성 운영(27.1%)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애로를 호소하는 부분 중 하나는 판매촉진을 위한 인력 파견 문제였다. 백화점 거래업체는 평균 11개 지점에 20명의 상시 파견 직원을 운용해 월 평균 4,300만원의 인건비를 부담하고, 대형마트의 경우 평균 30개 지점에 37명의 상시 파견 직원을 운용하며 월 평균 6,400만원의 인건비를 감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윤규 중기중앙회 산업통상본부장은 “파견직원 인건비 부담 등 상식적인 부분에서도 편법적 운용이 횡행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자율적인 상생협력보다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유통업계의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비용 전가 관행을 근절하고, MD 경쟁력을 강화하여 특정매입에 치우친 매입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와 상생협력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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