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토요워치]영화판 ‘넷플렉스 공포’.... CJ·롯데, 해외로 급발진

디즈니, 21세기 품고 애플은 넷플릭스 인수 만지작

中, 할리우드 점령·OTT 급성장...미디어시장 격변

국내 CGV·롯데시네마는 해외 공략 나서지만

극장 제외 '동영상 하드웨어 플랫폼 경쟁력' 취약

강력한 플랫폼 확보해야 한류 콘텐츠 세계화 가능

빅뱅.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세계 영화 시장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최근 2~3년간 국내외 인수합병(M&A) 시장을 달군 최고의 빅딜은 대부분 미디어·콘텐츠 업계에서 나왔다. 지난해 말에는 월트디즈니가 21세기폭스필름과 텔레비전 스튜디오 등 주요 부문을 약 57조원(524억달러)에 인수하는 세기의 딜을 성사시켰고 최근 들어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애플의 넷플릭스 인수설 등도 세계 M&A 업계에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미디어·콘텐츠 업계가 잇따라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것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올 초 CJ오쇼핑이 CJ E&M을 흡수합병, 온라인·모바일·오프라인을 통합한 융복합 미디어-커머스 기업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천명했고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업계 지각변동의 진앙지는 넷플릭스와 아마존프라임 같은 스트리밍 미디어의 급부상, 그리고 급성장하는 중국 영화 시장과 세계 콘텐츠 시장을 뒤흔드는 차이나머니의 침투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필두로 한 플랫폼 전쟁은 미디어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넷플릭스·훌루·아마존닷컴 등 세계 최대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가 모여 있는 미국이다.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북미 지역 OTT 서비스 산업은 지난 2013년에만 65억달러, 그 뒤로도 매년 평균 27.2%씩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에는 174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점쳐진다. 차이나우드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영화산업 부문에서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시장”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기존 공중파와 케이블TV 방송 대신 안방극장을 점령할 것으로 전망되는 OTT 산업을 선점한 결과다.

중국 OTT 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바이두의 자회사이자 중국 1위 동영상 스트리밍 사업자인 아이이치는 매출액 규모는 넷플릭스의 20~30% 수준이지만 성장잠재력은 넷플릭스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이이치·텅쉰·유쿠토도우 등 주요 사업자들의 유료가입자 수를 모두 합쳐도 넷플릭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 OTT 기업들이 아직까지 자국 영업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등 주요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 OTT 사업에서마저 중국의 맹추격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그 신호탄은 미국 내 기업공개다. 특히 최대 사업자인 아이이치는 연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차이나우드의 급부상 또한 눈여겨볼 부분이다. 자본력과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관객 파워를 자랑하는 중국이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쥐락펴락한 지는 오래다. 다롄완다그룹·알리바바 등을 필두로 중국 자본의 할리우드 사냥이 본격화되고 중국 관객의 미국 영화 소비도 급증하면서 할리우드 영화 제작에 대한 중국의 입김은 갈수록 세지고 있다. 단적인 예가 할리우드산 영화에서 중국 배우는 물론 중국 배경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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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영화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PwC는 ‘2016-2020 세계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산업 전망’에서 내년 중국의 박스오피스 매출이 미국을 압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중국의 영화산업 매출은 103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해 미국(101억달러)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기침을 하면 세계 영화 시장이 감기에 걸릴 날도 머지않았다.

국내 기업들도 해외 진출과 M&A를 통해 글로벌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CJ CGV, 롯데시네마 등 국내 극장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CJ CGV는 해외 M&A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요소로 보고 수년간 세계 시장 진출과 경쟁력 있는 해외 기업 인수에 공을 들여왔다. 2006년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과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으로 사업 영역을 늘리며 3,405개에 달하는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터키 마르스를 인수해 스크린 수 기준 세계 5위 사업자로 껑충 뛰어올랐다. 롯데시네마는 사업 재편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롯데시네마(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 독립영화 투자 등 신규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롯데시네마는 중국·베트남 등 해외에 46개의 영화관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법인을 설립,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콘텐츠 업체들 역시 드라마·영화 등의 판권 판매로 동영상 플랫폼 시장 성장 추세에 편승하고 있다. NEW·쇼박스 등은 넷플릭스에 꾸준히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고 신규 드라마와 영화 제작도 논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극장을 제외한 하드웨어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이 국내 영화계의 현실이다. 특히 동영상 스트리밍 분야에서 이렇다 할 경쟁력 있는 기업을 키워내지 못한 점은 한계로 꼽힌다. 해외에서 강력한 플랫폼을 확보하면 한국산 콘텐츠의 세계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플랫폼 경쟁에서 미국·중국 등 주요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한슬 영진위 산업정책연구팀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2억명 이상의 극장 관객 수를 기록하며 포화 혹은 저성장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국내 극장 시장에서 온라인 비디오 시장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구조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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