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뒷북경제]1,550조 국가부채 절반은 공무원·군인연금?…연금충당부채가 뭐길래




지난해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55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워낙 큰 돈이라 감이 잘 안오는데요, 올해 우리나라 전체 예산이 428조8,000억원이었으니까 나라살림을 4년치 쓸 돈이 빚이란 뜻입니다. 기업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매출액 240조원, 영업이익은 54조원을 올렸으니 삼성전자가 30년간 벌어야 갚을 수 있는 양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잘 가늠은 안 올 만큼 큰 돈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국가부채의 절반이 공무원과 군인 연금에 대비해 쌓아둔 충당부채라는 점입니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 증가 폭은 2013년 통계집계 방식 개편 이후 역대 최대였는데요,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845조8,000억 원으로 전체 부채 중 54.4%를 차지했습니다.

말은 좀 어려운데, 연금충당부채는 현재 연금 수급자와 재직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재가치로 추정한 재무제표상 부채입니다. 정부가 직접 빌린 돈은 아니지만, 연금조성액이 지급액보다 부족할 경우에는 정부 재원으로 메워야 하죠.


지난해 연금충당부채가 급증한 이유는 공무원과 군인 재직자 근무기간과 수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할인율이 낮아진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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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할 때는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저금리 때는 할인율이 하락하게 돼 부채의 현재가치는 오히려 커지게 되죠.

지난해 전체 연금충당부채 증가분 93조2,000억원 중 88.7%인 82조6,000억원이 이런 할인율 인하 등 재무적 요인에 따른 증가분이고, 공무원과 군인 재직자 근무기간과 수 증가에 따른 증가분은 11.3%인 10조6,0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게 기획재정부 설명입니다.



연금충당부채가 당장 갚을 돈은 아니고, 또 매년 공무원과 군인이 내는 기여금으로 연금을 상당수 지급하는 만큼 보여지는 숫자보다 부담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또 앞으로 금리가 오르게 되면 연금 충당부채 할인율이 올라가면서 부채가 줄어들 수도 있고, 또 국가간 부채 규모를 비교할 때 연금충당부채는 제외하는 만큼 연금충당부채로 인한 국가부채 증가를 걱정할 것은 아니라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도 여전합니다.

정부 회계기준을 발생주의로 바꾼 지난 2011년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773조6,000억원이었습니다. 이듬해인 2012년 902조1,000억원으로 120조원가량 크게 늘더니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에는 1,117조9,000억원으로 1,1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이후 2016년 1,400조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1,550조원을 웃돈 것인데요 2011년부터 국가부채가 두 배로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6년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 공무원연금이 2015년 연금액 동결 등 수술을 단행하면서 연금충당부채 증가 속도가 줄어들었지만, 군인연금은 같은 해 개혁 불발로 수입보다 지출이 커지면서 이 차이를 보전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1조4,000억원가량을 투입했습니다. 이 규모가 오는 2025년에는 연간 1조8,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이유로 연금부채가 이끄는 국가부채 증가세는 점차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죠.

정부 일자리 대책 중 하나는 공무원 증원입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연금충당부채 증가세는 더 가팔라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4,000 명을 증원한다는 방침인데요, 이 때문에 공무원 증원 규모와 속도를 적절한 선에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또 국민연금 등에 비해 수령액이 많은 공무원·군인 연금을 개혁하는 방안도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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