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줄기세포 대장주 ‘차바이오텍(085660)’과 1조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받는 체외진단 맏형 ‘젠바디’. 이 두 기업은 최근 연구·개발(R&D) 비용의 회계처리 문제로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벤처기업에서부터 대형 기업까지 바이오 업계가 R&D 비용의 회계 처리 이슈로 흔들리고 있다. 국내 바이오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번 기회에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가 해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바이오 기업의 주주총회에서는 회계 처리 이슈에 대한 주주들의 질문이 쏟아지는 가운데 연초 작성한 사업 계획을 바꾸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경기도 판교에서 열린 제넥신(095700) 주총에서 R&D 비용 처리에 따라 올해 사업계획의 변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넥신은 R&D 비용을 자산에서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64억원에서 -269억원으로 확대됐다. 연초 설립 20주년을 맞아 흑자 전환 구조를 공고히 하는 방안을 사업 목표로 제시했으나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설립자로서 임직원한테 흑자 구조 관련해 강력하게 요청은 해보겠다”면서 “다만 (개발하는 후보물질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임상 결과를 더 기다려야 하는 측면도 있는 만큼 대외적 이미지 등을 다 고려해 결정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차바이오텍 역시 이 이슈로 공격적인 사업을 하려던 데서 물러나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당장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지자 지난 30일 열린 주총에서도 수익화할 수 있는 연구만 남기고 나머지 초기 단계인 연구개발 부문을 분할하겠다고 밝혔다.
이영욱 차바이오텍 대표는 “회사에 가치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기 위해 물적 분할된 회사와 그 회사에서 발생한 결과물에 대해서 차바이오텍이 소유한다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 대가로 투자하는 조건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려고 했던 체외진단 기업인 젠바디는 회계 이슈로 IPO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그동안 바이오 업계가 R&D 비용을 관행적으로 무형자산으로 처리해온 것에 제동이 걸리면서 비롯된 변화들이다. 당장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상 3상부터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기준을 놓고 국내에서는 신약 개발 자금이 해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해 다르게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회계 처리 이슈에서 자유로운 바이오 기업은 거의 없다”면서 “이번 기회에 업계가 전반적으로 재무건전성을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이에 한국바이오협회에서는 업계의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구상하고 있다. 협회 측은 “업계의 수요가 높아서 금감원과 업계가 만나는 간담회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