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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소공녀’ 전고운 감독, 판을 뒤엎는 청춘 판타지 무비

거대해진 도시 서울 안에서 서로에게 작은 공간이 된다는 건...

좋아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버린다...2018 신공감 캐릭터 ‘미소’


연애· 결혼· 출산을 넘어 집·인간관계까지 포기한 N포 세대의 단면 담아내

“객석에서 공감의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슬퍼지더라. 다들 힘들게 살아가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집만 없을 뿐 일도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현대판 ‘소공녀’가 공감 입소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소공녀’(감독 전고운·제작 광화문시네마)는 프로 가사 도우미로 살아가는 미소(이솜)가 일당 빼고 다 오르는 세상에서 좋아하는 것들 대신 집을 포기하고 대학 시절 함께 밴드 활동을 한 친구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전고운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상,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등도 거머쥐었다.

판을 뒤엎는 가장 사랑스러운 청춘 판타지 무비가 탄생했다. 특히 좋아하는 것들이 비싸지는 세상 속에서 삶의 소소한 행복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집’을 포기한 주인공 ‘미소’의 모습은 작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영화 ‘소공녀’ 포스터 /사진=CGV아트하우스영화 ‘소공녀’ 포스터 /사진=CGV아트하우스



사실 ‘가사도우미’라는 범상치 않은 직업과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를 즐기기 위해 ‘집’을 포기하는 등 자신만의 삶의 방식이 확고한 ‘미소’라는 캐릭터엔 “서른까지 살아오면서 느낀 부조리나 분노, 좋아하는 것들을 결산해서 담아냈다”고 한다.

“말도 안 되게 치솟은 서울의 집값에 부조리를 느꼈다. 30대가 넘어가며 살기 힘든 사회 구조가 아닌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1억이라는 돈을 모으는 것도 너무 힘든데 1억으로 집을 구할 수도 없었다. 또 30대가 되니 친구들이 사라지고 없었다. 거기서 느꼈던 것을 영화에 담아냈다.”


“집값이 이정도로 비싼 것은 이상한 것 아닌가. 생각과 감수성이 있으면 화가 나는 사회 구조이다. 20년 열심히 엄청 돈을 모아도 집 한 채 못 살걸요. 그것도 살면서 기분 좋은 집은 살 수가 없지 않나. 집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결혼을 못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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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좋아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집을 버리는 주인공 ‘미소’가 탄생했다. 비싼 집값 때문에 웬만해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기 십상인 도시 서울에서 느낀 사회 구조에 대한 의문을 어둡지 않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영화이다.

또한, ‘미소’가 집을 떠나 가장 순수하고 뜨거웠던 대학교 시절 밴드 동아리 친구들을 찾아가며 펼쳐지는 도시 하루살이가 서울이라는 도심 속 다채로운 공간에서 펼쳐지며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양한 회사들로 채워진 빌딩 숲, 오래된 빌라, 아파트, 단독 주택, 고급 주택, 오피스텔 등 각각의 건물과 함께 표현된 다양한 군상의 캐릭터들은 현대인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한편, 유쾌한 결을 잃지 않으며 누군가에겐 공감을, 누군가에겐 웃음을 선사한다.

전고운 감독전고운 감독


전고운 감독전고운 감독


이솜, 안재홍, 강진아, 김국희, 이성욱, 최덕문, 김재화, 조수향 등 일당 백 배우들이 영화를 보다 풍부하고 진한 맛으로 버무렸다. 무엇보다 전고운 감독이 작품을 직접 보면서 좋아했던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했고, 눈물 날 정도로 너무나 연기를 잘 해서 행복한 촬영 현장이었다고 한다. 그중 시댁 식구들에게 음식 솜씨로 무시당하고 있는 현정 역은 연극 및 뮤지컬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김국희 배우의 맞춤옷처럼 딱 맞는다. 전고운 감독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준 배우이기도 하다.

“김국희 배우는 대학로 3명의 미친(?) 배우 중의 한명이라고 하더라. 그만큼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고 알려졌다. 만나서 대본을 ‘읽어주십시오’라고 제안했다. 바로 즉흥을 하는데 너무 눈물이 날 정도였다. 정말 홀딱 반했다. 자기는 영화 경험이 많지 않아서, 감도 없고 만족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정말 제가 생각한 ‘현정’ 그 이상이었다.”

섬세한 스토리텔러 전고운 감독은 광화문시네마의 공동 대표이자 ‘돌연변이’ 각색, ‘범죄의 여왕’ 제작, ‘굿바이 싱글’ 스크립터, ‘족구왕’ 제작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탄탄한 내공을 쌓았다. 단편 ‘내게 사랑은 너무 써’, ‘배드신’을 통해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영화 ‘소공녀’ 속 배우 김국희 모습영화 ‘소공녀’ 속 배우 김국희 모습


영화 ‘소공녀’ 스틸영화 ‘소공녀’ 스틸


영화를 보며 위로를 받았던 소녀는 나이를 먹고 ‘영화감독’으로 불리게 된다. 막상 영화감독이 되고나니 “글 쓰고 영화 만드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하하. 감독일은 별로다. 이제 알았다”고 털어놓기도.

“영화 만드는 것 말고 뭘 좋아하지? 사람이랑 솔직한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한다. 무에서 유로 가는 배우와의 대화 과정이 가장 희열이 있다. 마음이 통하는 그 때 행복하다. 이번에 이봄씨, 안재홍씨랑 이야기를 나누면서 희열을 느끼며 작업했다.”

‘소공녀’는 광화문시네마의 4번 타자이다. 광화문시네마의 메인 테마인 청춘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대변해 낸 것은 물론, ‘족구왕’의 복학생 ‘만섭’, ‘범죄의 여왕’의 엄마 ‘미경’을 잇는 유니크하고 개성 넘치는 자발적 홈리스 ‘미소’란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손익분기점은 10만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 개봉 9일째인 3월 30일 누적관객수는 3만 6천명이다.

“다양성 영화 중 인기 있었던 영화 ‘꿈의 제인’ 관객이 2만(2만 5천명)이 들었다고 들었다. 작은 영화가 잘 되기 위해선 기적이 필요한 일 인 것 같아요. 작은 영화에게도 극장이 많이 열려 있어야 하죠. 10만이 넘으면 기적이 일어났구나 생각하겠습니다.”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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