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역대 최대 규모의 대북 제재 블랙리스트를 의결했다. 북한의 석유·석탄 해상 밀수를 겨냥한 이번 제재에는 ‘북한의 비핵화 약속 없이는 제재 해제도 없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유엔 안보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북한 관련 선박 27척 △선박·무역회사 21곳 △개인 1명에 대한 제재를 결의했다고 보도했다. 제재 대상은 북한의 밀수출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으며 항구 입항·자산 동결 등의 조치가 부과된다.
이번 제재는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안보리의 신규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대부분의 선박 및 회사는 지금까지 미국의 단독 제재 대상이었다. NYT는 미국 주도의 제재안이 유엔 안보리를 통과한 것은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해제’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입장을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북한이 남북·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고 핵·미사일 도발을 자제하며 국제 사회에 제재를 풀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미국은 대북 압박 기조를 수정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제재 승인은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을 이어나가겠다는 우리의 노력에 국제 사회가 단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한국 외교부도 “금번 조치는 대북 선박 간 이전, 금수품 운송 등 불법 활동을 차단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며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충실한 이행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과의 깜짝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영향력을 확인한 중국의 태도를 지켜봐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2월 중국의 정제 석유 월평균 대북 수출량은 175.2톤으로 지난해 상반기 월평균의 1.3%에 불과하다며 북한이 대화에 나선 것은 미국의 압박보다는 중국의 대북 제재 참여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블랙리스트 지정 결의를 지연시킨 바 있으며 일부 선박과 기업을 명단에서 제외했다. FT는 중국 외교가에서 “미국의 완고한 태도가 협상 진전을 방해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