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 지식 폭증 시대 눈앞..교사, 전달자 아닌 컨설턴트로 변해야

2부.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워라

<1> 경계 사라지는 교육

미네르바스쿨 학생이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진행된 학기말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한양대 소립자물리학(EPP)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미네르바스쿨미네르바스쿨 학생이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진행된 학기말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한양대 소립자물리학(EPP)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미네르바스쿨



경기도 안양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박모 교사는 최근 같은 학년 교사들과 함께 경기도 수원으로 사전답사를 다녀왔다. 이달 말 진행될 춘계 체험학습 프로그램으로 수원 화성 답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학생 동선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통상 1개 학년 위주로 진행되지만 이번 체험학습은 6학년과 4학년이 함께 가기로 했다. 박 교사는 “매 학기 체험학습을 준비하면서 프로그램을 짜는 데도 많은 신경을 쓰지만 혹 안전사고가 발생할까 늘 노심초사”라며 “교실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역사와 자연을 배우면 교육적 효과가 크지만 다른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교수 수준의 AI 등장으로


단순 가르치는 교사는 무의미

창의성 함양 돕는 역할이 중요

학생도 콘텐츠 생성·공유 활발

기존 학제·교육법 변화 시급




박 교사의 고민을 해결해줄 방법이 머지않아 나타날 듯싶다.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하면 교실에서도 현장 못지않은 체험을 할 수 있다. 화성행궁 축조 과정이나 정조의 행궁 행차 장면을 재연한 콘텐츠를 통해 훨씬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역사 체험을 할 수도 있다. 홍정민 휴넷 에듀테크연구소장은 “교육과 기술을 결합한 에듀테크가 보편화되면 학교 교육환경은 물론 교사의 역할도 크게 바뀔 것”이라며 “특히 교사의 경우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지식 전달 위주에서 창의성·인성 함양을 돕는 조력자 역할이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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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발달은 교육 패러다임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AI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도 교사·교수와 같은 직업은 쉽게 대체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였지만 상황은 갈수록 이들에게 불리하게 흐르고 있다. AI 로봇이 교사를 대체할 날이 곧 도래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조지아공대 컴퓨터사이언스과의 아쇽 고엘 교수는 지난 2016년 봄학기 컴퓨터과학 수업을 위해 9명의 조교를 투입했다. 질 왓슨도 그중 한 명이었다. 왓슨은 온라인을 통해 ‘제출한 과제를 수정할 수 있나’ 등 학생들의 질문에 빠르고 정확하게 응답했다. 학생들은 그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20대 여성으로 추정했지만 실제로는 IBM의 AI 소프트웨어 ‘왓슨’을 토대로 개발한 ‘채팅봇’이었다. 학생들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는 조교 수준에 머물지만 AI 로봇이 교사, 심지어 교수 역할까지 수행할 수도 있다.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진화를 거듭하고 매일 생겨나는 빅데이터를 하루 종일 학습하며 나날이 똑똑해지는 AI를 인간이 뛰어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AI가 알고리즘을 통해 학습자의 지식 수준과 심리적 상태를 파악해 1대1 맞춤형 강의를 제공하게 되면 일반 교사와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미래학자들은 오는 2020년에는 73일마다 지식의 양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각종 행정 잡무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이러한 지식 홍수의 시대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가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것의 80~90%는 아이들이 40대가 됐을 때 별로 필요 없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학생들이 학교에서 지식을 배우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0215A05 교육


심지어 기술 발달은 교사와 학생 간 경계도 허물고 있다. 강사와 학생이 다양한 자료들을 공유하고 개인별 페이지에 저장할 수 있는 사이트가 이미 등장했다. 강사·학생 구분 없이 다양한 강의 콘텐츠를 생성해 공유하는 플랫폼에는 1,000만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졸업한 교사들의 전문성은 인정하더라도 이들이 대학에서 배운 지식의 유효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교사들도 빠르게 늘어나는 지식의 양과 속도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학생과 함께 교사도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에듀테크를 학습에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토론식 수업과 팀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창의성과 협동성,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컨설턴트로 변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교수의 역할 변화뿐 아니라 학습 방식과 강의 형식의 파괴적 혁신이 도처에서 이뤄지고 있다. 캠퍼스 없는 대학이 출현하는가 하면 3개월짜리 ‘마이크로 칼리지’ 프로그램과 6개월 또는 1년짜리 ‘나노 디그리’가 등장해 기업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조기에 양성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을 통해 온라인으로 혼자서 미리 수업 내용을 공부하고 실제 오프라인 강의에서는 토론과 프로젝트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공개강좌인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학교 간 경계와 비용·대상의 제약을 허물고 있다.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AI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에서도 이제는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강의는 큰 의미가 없는 세상이 도래했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문제를 푸는 능력보다 문제를 제시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 만큼 입시제도를 비롯해 기존 학제와 교수 방법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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