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훈(24·디종)은 정확한 발리 슈팅으로 절정의 골 감각을 이어갔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7·LA 갤럭시)는 넘어가던 경기를 단 20분 만에 뒤집어놓았다.
2018러시아월드컵 개막(6월15일 0시·이하 한국시각)까지 70여일. 한국이 속한 월드컵 F조가 각 팀 해결사들의 쇼케이스로 일찌감치 불타오르고 있다.
신태용호의 든든한 2선 공격자원인 권창훈은 1일 프랑스 디종에서 열린 마르세유와의 2017-2018 프랑스리그앙 31라운드 홈경기에서 0대1로 뒤진 후반 28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교체 투입되자마자 미드필드에서 시원한 패스로 왼쪽 크로스 기회를 열어준 뒤 왼발 발리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49일 만의 리그 7호 골이다. 마르세유는 리그 3위의 강팀. 디종은 1대3으로 졌지만 권창훈은 유럽축구통계전문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7.3점의 높은 평점을 받았다. 팀 내 최고. 1골 1도움을 기록한 프랑스 대표팀 출신 디미트리 파예(마르세유)가 8.17점으로 양 팀 최고를 찍었다.
권창훈은 지난달 24일 북아일랜드와의 대표팀 평가전에 오른쪽 윙어로 출격해 2년6개월 만에 A매치 골 맛을 봤다. 대표팀의 붙박이 공격자원 입지를 굳힌 그는 소속팀에 복귀하자마자 또 골망을 열어젖히며 신태용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스웨덴은 황혼의 슈퍼스타 이브라히모비치로 뜨겁다. 1일 캘리포니아주 카슨에서의 LA FC전으로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MLS)에 데뷔한 이브라히모비치는 후반 26분 교체 투입 뒤 20분 만에 2골을 폭발했다. ‘데뷔전-데뷔골’의 ‘즐라탄 공식’을 입증한 것. 데뷔골은 2대3으로 뒤진 후반 32분에 나왔다. 30m가 넘는 거리에서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망설임 없이 찼고 슈팅은 골키퍼 키를 넘겨 골네트에 꽂혔다. “월드클래스 선수의 월드클래스 골”이라며 격찬한 중계진은 후반 추가시간에 헤딩으로 역전 결승골마저 뽑자 “이게 실화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무릎 부상 여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난 이브라히모비치는 LA 갤럭시 유니폼을 입으며 “나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마치 벤자민 버튼 같다”고 농담 섞인 각오를 밝혔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주인공처럼 세월이 갈수록 젊어진다는 것. 데뷔전부터 이 각오가 농담만은 아님을 증명한 셈이다.
관심은 스웨덴 대표팀 복귀 여부다. 2016년 유럽선수권(유로2016)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브라히모비치는 MLS 데뷔전을 앞둔 인터뷰에서 “스웨덴 대표팀이 나의 합류에 대해 논의 중인 걸로 안다. 최근 평가전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는데 나는 이기는 법을 알고 있기는 하다. 한 번 지켜보자”는 말로 은퇴 번복이 불가능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A매치 116경기 62골의 그가 대표팀에 복귀하면 한국 등 F조 상대국들의 월드컵 준비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MLS의 흥행카드인 이날 LA 더비에서는 멕시코 대표팀 공격수 카를로스 벨라(29·LA FC)도 빛났다. 잉글랜드 아스널과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를 거쳐 올해 LA로 넘어간 벨라는 이날 2골을 터뜨리며 최근 A매치 2연전에서 무득점에 그친 아쉬움을 달랬다. 절묘한 궤적의 왼발 감아 차기에 이어 문전에서의 화려한 개인기로 골키퍼를 농락했다. 올 시즌 3경기 3골 2도움. 멕시코에는 네덜란드리그 득점 공동 2위인 어빙 로사노(14골 7도움·PSV에인트호번)와 잉글랜드 웨스트햄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도 있다.
F조 최강이자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2010남아공월드컵 득점왕 토마스 뮐러(29·바이에른 뮌헨)가 건재하다. 지난달 2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1대1 무)에서 동점골을 넣었던 뮐러는 1일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전(6대0 뮌헨 승)에서 1골 1도움을 올렸다. 분데스리가 득점은 지난달 5일 프라이부르크전 1골 1도움 이후 근 한 달 만. 물론 독일은 해결사 한둘로 설명되는 팀이 아니다. 한국은 6월18일 오후9시 스웨덴, 24일 0시 멕시코, 27일 오후11시 독일과 조별리그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