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주한미군의 성격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유지군으로 바꿔나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임혁백(66·사진) 고려대 명예교수 겸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는 최근 서울 광화문 연구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주한미군 주둔 용인의 성과를 끌어내는 게 5월 북미 정상회담 성공의 관건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 교수는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대 압박과 개입’ 정책이 새 남북관계를 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용미(用美)’를 강조해왔다. 지난해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정년퇴임한 뒤 ‘한반도 평화 가능성(The Possibility of Peace in the Korean Peninsula)’ 영문판을 출간했다.
임 교수는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도 문제지만 북이 비핵화한 뒤 미국의 핵우산에 들어가면 큰일이라는 생각도 할 것”이라며 “지난달 26일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나타났듯이 양측은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로 중국은 미국 주도의 한반도 질서 재편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중국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주한미군이 평화유지군이 되면 적인 미국을 친구로 만들 수 있고 최적의 평화 집행자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앞서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역사적인 제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에 담지는 않았지만 주한미군 주둔 용인 발언을 끌어낸 바 있다. 미국이 세계 경찰국가이고 우리 입장에서도 안보 안전판이 필요해 주한미군을 동북아 각국의 동의와 참여 아래 지역안보와 평화유지를 위한 공공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임 교수는 “김 위원장은 국제 제재를 풀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비핵화를 수용해야 하나 완성단계인 핵을 포기하면 체제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딜레마 속에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해법을 찾으려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선대의 선군정치를 핵·경제 병진 노선으로 바꾸고 경제에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며 안보를 위해 핵 보유에 나선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핵 보검론을 버리고 평화협력 체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대 압박에 집착한 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용으로만 쓰려고 한다면 북미 정상회담이 ‘빅딜’이 아니라 ‘빅쇼’가 될 우려도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우려다.
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파(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로 라인을 바꿔 북미 정상회담을 주관하게 했지만 대북 일방주의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방적인 강요보다 당근도 같이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핵 포기와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패키지딜을 추구하기 위해 종전선언과 불가침조약, 평화조약, 대표부와 대사관 개설, 주한미군 등 평화유지군, 동북아 집단안보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이라는 천시(天時)와 동북아 가교국가라는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평창동계올림픽을 활용해 ‘4월 전쟁설’을 잠재우며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며 “미북 지도자가 신뢰를 쌓으며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종착지에 무사히 도달할 수 있도록 안전 운전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