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기도 사건에 대한 러시아 배후 의혹과 관련 미국에서 추방된 러시아 외교관과 그 가족들을 태운 2대의 특별기가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암살 기도 사건과 관련 미국이 추방 명령을 내린 60명의 러시아 외교관과 그 가족 등 171명을 태운 특별기들이 이날 모스크바 남쪽 외곽 브누코보 국제공항에 내렸다.
먼저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미국 워싱턴의 러시아 대사관에서 근무해온 외교관 46명과 그 가족들을 태운 특별기가 착륙했고, 뒤이어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일해온 14명의 외교관과 그 가족들을 태운 두 번째 특별기가 도착했다.
앞서 2대의 특별기는 지난달 31일(미국 동부시간) 1시간 30분 간격을 두고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을 잇달아 출발했었다.
러시아는 추방 외교관 운송을 위해 국가 지도부 운송 임무를 수행하는 특별수송대 ‘로시야’ 소속 일류신-96-300 2대를 미국으로 보낸 바 있다.
미국은 지난달 26일 스크리팔 사건과 관련한 영국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기 위해 러시아 외교관 추방을 발표했다.
이에 러시아도 동수의 미국 외교관을 맞추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20여 개 서방 국가들이 잇따라 러시아 외교관 추방 제재에 가세했고, 러시아도 이에 맞서 해당 서방국 외교관 맞추방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와 서방이 상호 추방한 외교관 수는 냉전 이후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영국에 기밀을 넘긴 국가 반역죄로 자국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죄수 맞교환으로 풀려나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스크리팔(66)은 지난달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딸 율리야(33)와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중태다.
영국 당국은 스크리팔 사건에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이 사용된 점을 근거로 러시아를 사건 배후로 지목하고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23명의 추방을 결정하는 등 대러 제재를 발표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스크리팔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자국 주재 영국 외교관 23명을 맞추방하면서 사건은 러-영 양국 간 외교전으로 번졌고, 여기에 다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가세하며 러-서방 대결로 확산했다.
알렉산드르 야코벤코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는 1일 자국 NTV 방송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스크리팔 사건은 러시아를 억제하려는 영국 정보기관의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 정부는 러시아 억제를 위해 자국민도 지지하는 강력한 도발이 필요했다”면서 “여러 측면에서 러시아를 비난하고 억제하기 위해 영국인들이 그러한 야만적 도발을 감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