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가자지구 유혈사태 두고…터키-이스라엘 정상 서로 '맹비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시위대에 비인간적 공격”

네탸나후 이스라엘 총리 “쿠르드 침략한 터키, 우리 가르칠 자격 없어”

지난 1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동부 국경선에서 경계 중인 이스라엘 군대에 항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시위대 /EPA·연합뉴스지난 1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동부 국경선에서 경계 중인 이스라엘 군대에 항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시위대 /EPA·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위대 유혈진압을 두고 이스라엘과 터키 정상이 서로 삿대질을 하며 설전을 벌였다.

시작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면서였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이봐 네타냐후, 당신은 점령군이고 바로 지금 그 땅에 점령군으로 있다”며 “동시에 당신은 테러리스트”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연설에서도 “당신이 가자지구와 예루살렘에서 했던 행동은 널리 알려졌다”며 “세상에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힐난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가자지구 접경에서 이스라엘군의 무력 진압으로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17명 숨지고 약 1,400명이 부상한 것을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가자 사태 직후에도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겨냥한 이스라엘군 대응을 두고 “비인간적인 공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자 네타냐후 총리는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반격에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에르도안은 응답을 받는 데 익숙하지 않다”며 “그는 그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키프로스 북부를 점령하고 쿠르드 영토를 침략하는 한편 (시리아 북부) 아프린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그는 가치와 도덕성 면에서 우리를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키프로스 북부를 장악한 터키가 최근 쿠르드족의 시리아 북부에서 군사 작전을 펼친 데 따른 민간인 인명피해 발생을 비판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터키 정부의 ‘도덕 수업’을 거부한다며 “세상에서 가장 도덕적인 군대는 수년간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한 사람으로부터 도덕성에 관한 설교를 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날이 ‘만우절’인 점을 상기시키며 “보아하니 이것이 앙카라가 4월 1일을 기념하는 방식”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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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지도자 간 설전은 이스라엘군의 가짜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이 국제적인 비판 여론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전날 아랍권 국가를 대표하는 쿠웨이트 주도로 긴급회의를 여는 한편 이스라엘-가자 접경지대의 충돌 중단과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 초안을 작성했다. 비록 미국 반대로 안보리 성명 채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이 진상 조사를 촉구하며 이스라엘에 책임을 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책임 공방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비무장한 시위대를 향해 이스라엘군이 실탄 등을 쏘며 과잉대응했다는 입장이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많은 사람이 참여한 평화적 시위에서 이처럼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다”며 “살해당한 순교자들에 대한 모든 책임은 이스라엘 당국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시위대가 먼저 군사폐쇄지역을 침범해 대응했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군은 보안장벽 인근 5개 장소에 1만7,000 명이 집결했으며 폭동이 일어난 와중에 보안장벽 쪽으로 화염병과 돌을 던지는 ‘주요 주동자’를 향해 발포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가자 측 사망자들은 모두 보안장벽을 넘거나 훼손하려 한 사람들이었다고 주장했다.

BBC 방송은 대부분의 시위 참가자들은 정해진 장소에 있었으나 일부 청년이 보안장벽에서 떨어져 있으라는 시위 주최 측의 주의를 무시하고 보안장벽에 다가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로넨 마넬리스 준장은 가자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대한 공격 개시를 위한 속임수로 시위대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

김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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